‘잇단 찬사 한국, 완치 판정도 엄격’ 완치율 0.7%의 진실

입력 2020-03-04 17:51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중국 62%, 싱가포르 71%, 이란 18%, 이탈리아 6%, 한국 0.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며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이 가시화하는 한편, 시간이 흐르면서 세계 각국의 완치 환자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2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한국은 완치율이 1%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이 쏠린다. 발병지인 중국에서 완치율이 62%로 보고됐고, 이탈리아와 이란도 각각 6%, 18%로 집계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이는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온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은 4일 오후 5시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5621명, 사망자 33명, 완치자 41명으로 집계됐다. 치사율이 0.58%로 낮은 점이 긍정적이지만, 완치율 역시 약 0.73%로 1%가 채 되지 않았다.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극히 낮은 수준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0시 기준 중국 전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와 확진자는 각각 2981명, 8만270명이라고 발표했다. 완치 환자는 총 4만9853명으로 완치율이 62.1%에 달했다. 싱가포르도 확진자 110명 중 78명이 완치돼 70.9%의 완치율을 보였다.

코로나19 주요국이 된 이탈리아와 이란의 완치율도 한국에 비하면 훨씬 높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3일(현지시간) 오후 6시 기준 누적 확진자 수가 2502명, 사망자는 79명이라고 밝혔다. 완치된 환자는 160명으로 완치율은 6.4%다. 이란은 18.6%의 완치율을 보였다. 이란 보건부는 이날 확진자 수가 전날보다 835명 늘어 2336명이 됐다고 밝혔다. 누적 완치 환자는 435명으로 중국 외에 가장 많았다.

이밖에 확진자가 100명 이상 나온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서구 국가들에서도 각각 5.9%, 8.1%, 5.7% 등의 완치율이 집계됐다. 홍콩은 100명 중 37명이 완치돼 37%의 완치율을 보였다.

한국의 낮은 완치율은 여태까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지난 2일 “외국과 구체적인 차이는 종전의 기준으로는 우리나라(한국)가 가장 엄격한 기준을 고수했다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이란과 비교하면 더욱 선명해진다. 이란은 현재까지 77명이 코로나19로 숨져 중국, 이탈리아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다. 그런데 완치율도 18.3%로 비정상적으로 높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의약품 등을 구하기 어려운 등 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완치 기준을 과하게 낮게 설정했다는 의심이 나올 수 있다. 중국에서도 완치 이후 재감염 사례가 나오면서 완치 판정 기준 재설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은 특히 대규모 검사 역량과 신속한 확진자 동선 공개, ‘드라이브 스루’ 현장진료소 등을 보이며 외신들도부터 선진적인 보건 의료체계를 갖췄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적극적으로 방역 대책에 나서는 한편, 격리해제 조치 등 완치 판정에는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보건 당국이 확진자의 퇴원 기준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향후 한국의 완치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2일 새로 시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지침’(7판)에 따라 앞으로 호흡기 검체 유전자 증폭(PCR) 검사 2회 음성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발열이 없고 증상이 호전되면 퇴원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증상이 모두 사라진 다음 48시간이 지난 뒤 PCR 검사를 24시간 간격으로 2회 실시해 음성일 경우 격리 해제 판정을 받게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