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요청으로 5일부터 한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편 전 노선에서 발열 검사가 의무화된다. 38도 이상의 발열 증세를 보이거나 문진 결과 질병 증세가 있는 승객은 탑승이 거부될 수 있다.
주미대사관에 따르면 미 교통보안청(TSA)은 3일(현지시간) 한국과 이탈리아 북부에서 출발하는 미국행 항공기를 운항하는 모든 외항사와 미국 국적 항공사에 대해 탑승 전 발열 검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증상 문진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발령했다. 한국 시간으로 5일 오전 11시 이후 출발하는 비행편부터 해당 조치가 적용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미국행 노선 탑승객을 대상으로 자체적인 발열 검사를 시행해왔다. 다만 국내 국적 항공사가 자체 발열 검사를 할 때 탑승 거부 기준은 37.5도로 이번 미국 측 방침보다 0.5도 낮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문진 절차가 추가돼 기침·콧물 등 코로나19 증상이 있는지, 최근 14일 내 감염 위험 지역 의료시설을 방문하거나 입원한 적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받게 된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서 출발한 여행객들이 미국에 도착한 뒤 다시 한번 발열 여부 등 의료 검사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 등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여행 차단 등 추가 조치를 시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와 한국에 대해 입출국 규제를 강화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탈리아를 주의 깊게 보고 있고, 한국과 일본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다. 알다시피 우리는 많은 다른 나라들과 함께 여행을 차단해 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한국에 문을 닫는 국가들도 늘고 있다. 우리 외교부는 4일 오후 2시 기준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은 총 94곳이라고 밝혔다. 전날 밤보다 3곳이 늘어난 것이다. 유엔 회원국(193개국) 기준으로 전세계 절반에 육박하는 국가들이 한국에 빗장을 걸어 잠근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