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4·15 총선 선거구획정안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이를 수정해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통폐합 대상 지역구에 속한 각 당의 의원들이 획정안이 위법하다며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선거구 획정에 늑장을 부리던 정치권이 책임을 뒤늦게 획정위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의 선거구 획정안 법정 제출기한은 지난해 3월 15일이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획정위가 제출한 획정안이 공직선거법 25조1항에 명백히 위반한다며 재의 요구를 의결했다. 행안위는 획정안에 명백한 위법 요소가 있을 경우 한 차례에 한해 획정안을 다시 제출해줄 것을 획정위에 요구할 수 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들은 “획정안이 선거법 제25조 1항 1호의 ‘국회의원지역구 획정의 기준이 되는 인구는 선거일 전 15개월이 속하는 달의 말일 현재 주민등록법 제7조 1항에 따른 주민등록표에 따라 조사한 인구로 한다’고 규정한 법의 취지와 정신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며 획정위에 재의를 시사했다.
여야 위원들은 행안위에서 일제히 전날 발표된 획정위 획정안에 대해 공직선거법의 취지를 훼손했다며 비판했다. 이양수 미래통합당 의원(강원 속초시 고성군 양양군)은 김세환 선관위 사무차장을 향해 “획정위 위원들이 철원에서 고성까지 차를 타고 가봤으면 한다. 이번에 전혀 다른 생활권을 묶어놨다. 괴물 선거구”라고 비판했다. 실제 강원도의 경우 전체 선거구는 8개로 유지되지만 춘천시가 분구되며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6개 시군이 1개 선거구로 묶이는 ‘공룡 선거구’가 나오게 됐다.
김 사무차장은 “(획정안으로 영향 받는 국민 수가) 제법 많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며 “변동 최소화 원칙은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그런데 획정 기준이 국회에서 오지 않은 상황에서 평균 인구수 상하편차 등을 맞추느라 논의 끝에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각 지역별 정수가 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춘천시 분구로 인해 강원 지역의 다른 선거구 1개를 줄여야 했기에 강원 지역을 하나의 선거구로 만든 것은 불가피했다는 게 김 사무차장의 설명이다.
김 사무차장은 서울 노원구갑·을·병 선거구를 갑·을 선거구로 통합한 것에 대해서는 “세종이 분구되면서 (다른) 한 석을 줄여야 했는데 강남구와 노원구가 해당됐다”며 “거기서 선택해야 하는데 인구, 법적으로 정해진 획정 기준, 일반적 획정 기준 이를테면 지역성 역사성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