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세자의 공간 ‘계조당’, 일제강점기 훼손 110년만에 복원

입력 2020-03-04 17:20
경복궁 근정전 동쪽의 왕세자의 공간인 동궁(東宮)의 정당(正堂․나라의 정치를 신하들과 의논하거나 집행하는 곳)인 계조당(繼照堂)이 일제강점기에 파괴된 지 110여년 만에 복원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2022년까지 3년간 총 82억 원을 투입해 계조당을 복원하고 동궁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경복궁 계조당으로 추정되는 옛 사진. 문화재청 제공

동궁은 왕세자의 공간으로, 외전과 내전을 갖춘 궁궐 속 작은 궁궐이다. 특히, 계조당은 신하가 왕세자에게 예를 갖춰 인사하고 잔치를 여는 등 동궁의 정당(正堂)으로서의 기능을 했다.

계조당은 세조 25년(1443)에 처음 만들어졌다. 조선왕조실록은 "왕세자가 조회 받을 집을 건춘문(경복궁의 동문 안에다 짓고, 이름을 '계조당'이라 했다"고 기록했다. 계조당은 단종 연간인 1452년 철거됐다. 그러다 경복궁을 복원한 고종 연간인 1868년 어의본궁을 옮겨 계조당을 중건했다. 이어 1891년 고쳐 세웠으나, 조선총독부가 1910년대에 조선 왕실 권위를 지우고 식민통치 정당성을 알리는 조선물산공진회 행사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파괴됐다.

현재 동궁에는 세자와 세자빈 거처인 자선당(資善堂)과 세자 집무실인 비현각(丕顯閣)이 1999년 복원돼 존재한다.

궁능유적본부는 “복원 후에는 국내외 관람객에게 역사성을 몸소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재현전시와 전통문화교육 공간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