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사용법 총정리…‘2m 거리’ ‘환기 되나’ 두 가지만 봐라

입력 2020-03-04 17:17 수정 2020-03-04 17:44

보건 당국이 전날 보건용 마스크(KF80 이상)를 재사용하거나 일반 면 마스크를 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국민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할 때와 안 써도 될 때는 언젠지, 어떤 경우에 재사용이나 면 마스크 사용이 가능한 건지 정리해봤다.

‘타인과의 거리’와 ‘환기 여부’가 관건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의학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발열이나 기침 등 호흡기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의 경우 ‘타인과 2m 이상 거리’를 지키며 ‘환기가 잘 되는 장소’에 있으면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경우에선 마스크 착용이 권장된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비말(침방울)이나 직접접촉으로 눈·코·입의 점막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타인과 2m 이상의 거리를 뒀을 때 상대방의 비말이 내 호흡기로 들어올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며 “또 환기는 작은 크기의 비말이 멀리까지 튀지 않도록 막아주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적절한 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거리와 환기 조건이 맞더라도 손 청결 유지의 필요성은 여전히 중요하다. 마스크를 벗을 때나 눈·코·입을 만질 때 손에 묻어있던 바이러스가 몸 안으로 옮겨지는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거리와 환기, 이 두 요소를 일상생활에 적용해보면 회사와 같이 실내 공간에서도 직원 간 적정 거리를 유지하고 환기가 잘 된다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이나 버스의 한 칸에 사람 수가 적어 서로 떨어져 있는 경우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이용하는 경우엔 마스크 착용이 권장된다. 특히 지하철은 밀폐 공간이라 더욱 유의해야한다.


재사용은 오염 가능성 높고, 일반 면 마스크는 필터 착용해야
보건용 마스크 재사용은 불가피한 경우 가능은 하다. 그러나 마스크를 쓰고 벗는 과정에서 오염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권장되진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대한의사협회가 재사용을 금지한 것도 이 이유에서다. 식약처가 “미국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5회 이내로 재사용을 권고한다”고 했지만, 실제 CDC 지침을 보면 재사용하되 오염 가능성을 매우 주의하라고 강조돼있다.

재사용은 오염 우려가 적은 곳에서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동일인에 한해 가능하다. 특히 마스크를 쓰고 벗을 때 안쪽 필터를 만지지 않아야하고 사용한 마스크는 환기가 잘 되는 깨끗한 장소에 걸어 충분히 건조시켜야한다. 필터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헤어드라이기나 전자레인지, 알코올을 이용해 건조, 소독하면 안 된다.

일반 면 마스크의 경우 정전기 필터를 부착했을 경우에 한해서만 코로나19 효과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전날 식약처도 “WHO 등에선 면 마스크 사용을 금지한다”며 “그럼에도 권고사항에 면 마스크를 넣은 건 최근 서울보건환경연구원의 실험에서 면 마스크에 정전기 필터를 삽입했을 땐 비말 차단 효과가 KF80 마스크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정전기 필터를 부착하지 않은 면 마스크는 3㎛(마이크로미터) 이상 큰 입자의 비말만 차단할 수 있어 예방 효과는 KF80 마스크의 4분의 1로 떨어진다. 또 습기에 잘 젖어 오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가 대다수는 착용을 권하지 않는다. 다만 식약처는 보건용 마스크가 매우 부족한 현 상황을 고려해 보건용 마스크가 없을 땐 면 마스크라도 착용을 권고한다는 입장이다.

양진영 식약처 차장은 “면 마스크에 정전기 필터를 착용할 땐 얇은 필터가 찢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며 “최대한 면마스크 크기에 맞는 정전기필터를 사용해 틈새를 없애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면마스크가 젖으면 새 정전기필터로 교체해야한다. 양 차장은 “국민들이 마음 놓고 정전기 필터를 구입할 수 있도록 조만간 식약처 인증 및 검사를 통과한 필터들이 시장에 보급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유증상자들이 자체적으로 자가 격리를 하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들이 밖에서 마스크를 써야할 필요성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정부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이 ‘밖에선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하는 건 마스크를 쓸 만한 사람이 집 밖에 나온다는 사실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증상자들이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쉴 수 있게 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