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제주 어선 화재 “실종자 6명 배와 함께 침몰한 듯”

입력 2020-03-04 16:59 수정 2020-03-04 21:34
4일 새벽 해경 등이 제주 우도 해상에서 발생한 307해양호 화재 진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해경 제공 영상 캡쳐.

307해양호의 도면.

4일 서귀포수협에서 열린 307해양호 화재사고수습 대처상황 점검회의에서 조동근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이 사고 경위와 관련해 보고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제주 우도 해상에서 서귀포 선적 307해양호(29t)에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승선원 8명 중 실종자 6명은 어선과 함께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4일 오후 2시 서귀포수협 상황실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고수습 대처상황 점검 회의에서 서귀포 해경 관계자는 선장 김모(59)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같이 보고했다.

서귀포 해경 관계자는 “배에 타고 있던 8명 중 실종된 6명은 침실에서 취침 중이었다”며 “미처 밖으로 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선장과 갑판장만 가까스로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귀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사고는 4일 오전 3시18분경 제주 우도 남동방 74㎞ 해상에서 발생했다.

배에는 한국인 선원 3명과 베트남 선원 5명 등 총 8명이 승선 중이었다. 이 중 선장과 갑판장은 인근을 지나던 어선에 의해 구조됐지만, 나머지 6명은 실종상태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선원은 한국인 이모(57)씨와 베트남 선원 B씨(45), D씨(23), P씨(25), P씨(30), 응모(24)씨 등 6명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선원들이 배 안에 있을 가능성과 해상으로 탈출했을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화재 진압에 나섰으나, 진화 도중인 오전 7시23분경 배는 침몰했다. 침몰해상 수심은 141m다.

사고 선박은 29t 규모의 갈치잡이 연승어선으로 2001년 건조됐다. 화재에 취약한 FRP 소재로 제작됐다.

불은 삽시간에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과 선장, 갑판장, 인근 어선 구조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307해양호 선원들은 새벽 1시~1시30분경 사고해역에서 조업을 마친 뒤 취침 중 사고를 당했다. 당시 선장은 조타실에서 취침 중이었고, 함께 탈출한 갑판장 김모(47)씨는 선수 창고에서 자고 있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실종된 나머지 선원 6명은 기관실 뒤쪽 선미 부분의 침실에서 취침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갑판장은 선수 창고에서 자던 중 연기를 흡입해 심한 호흡곤란을 일으켜 깨어났고, 모든 전등이 꺼져 있어 손으로 더듬으며 창고를 빠져나왔다고 했다. 선미 쪽 방향으로 있는 기관실 양쪽 출입문에 많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는 것을 목격했으나 불길이 심해 접근하지 못하고 조타실에 있던 선장을 깨워 불길이 없는 선수 쪽으로 이동한 뒤 고무펜더(방현재)를 손에 잡고 바다로 뛰어내렸다. 그 뒤 선수와 연결돼 있던 앵커 줄을 잡고 있다 인근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화재 당시 사고 해역에 있다 선장과 갑판장을 구조한 어선 선장은 “오전 3시경 해양호에서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15분가량 달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선수와 선미 본체가 거의 타 버린 상태였다”며 “배 앞에서 사람 소리가 나서 가보니, 선장과 갑판장이 앵커 줄을 잡고 있었고, 구명조끼를 던져 구해냈다”고 말했다.

사고 어선 선장은 구조 후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양팔 등에 2도 정도의 화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갑판장은 건강 상태가 양호해 현장에서 대기하다 오전 11시경 헬기로 제주공항으로 후송됐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병원으로 이동했다.

사고 해역에서는 해경, 해군, 일본 관공선, 민간 어선 등 33척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항공기 7대가 차례로 시간을 나눠 사고 해역을 순찰하고 있다.

그러나 파고가 2.5~3m로 높고, 제주 앞바다와 남쪽 먼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바람이 강해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경은 침몰한 배 인양과 실종자 구조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사고 후 제주도와 서귀포시, 서귀포수협은 김성언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앞으로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해경으로부터 수색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받는다.

제주도는 베트남 대사관을 통해 베트남 선원 가족들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는 한편,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 만큼 실종자 가족이 원하면 한국으로 오는 이동 동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