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소상공인 지원에 초첨…3~6월 집중 지원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급 재난 인식 반영된 듯
홍남기 부총리 “대책 더 필요하면 강구”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얼어붙은 심리 회복을 위해 긴급 수혈에 나선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마련해 2조원 규모의 소비 쿠폰을 저소득층·노인·아동들에게 공급한다. 시름 깊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위해서는 긴급경영자금 등 1조7000억원의 자금 지원책을 마련했다.
절박한 상황이 반영됐다. 지난달 이후 방한 관광객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음식·숙박업 매출은 급감했다. 소비심리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제때 경기 부양을 하지 않으면 회복이 힘들다는 인식이 추경안 편성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4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심의·확정했다.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세입 경정’ 3조2000억원을 제외하고 8조5000억원을 집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출액만 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4번째로 큰 규모다. 1분기에 추경안을 내놓은 것도 외환위기 직후인 1998~99년과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이후 처음이다.
서민에 대한 현금지원이 눈에 띈다. 우선 만 7세 미만 아동수당 대상자에게는 40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이 지급된다. 1조539억원을 투입해 263만명에게 3~6월분의 상품권을 공급하기로 했다. 고효율 가전기기를 구매할 때 3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가격의 10%를 소비자에게 환급하는 혜택도 부여한다.
저소득층 맞춤형 지원책도 더했다. 8506억원을 투입해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를 받는 저소득층에게 상품권 4개월분을 지급하기로 했다. 189만명이 대상이다.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 월 보수의 30%를 상품권으로 수령하면 보수의 20%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추가로 지급한다. 월 30만원을 받는 이가 9만원을 현금 대신 상품권으로 받으면 6만원의 상품권을 추가로 주는 식이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의 핵심은 ‘융자’다. 1조4874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자금 및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각종 기금을 통해 앞서 확보한 재원을 합하면 2조6981억원 규모의 융자·보증·보험이 시중에 풀린다. 매출 악화로 직원에게 월급조차 못 주고 있는 상황인 이들에게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이외 의료기관 손실 보상 등 감염병 대응에 2조3000억원, 지역경제·상권 지원에 8000억원이 투입된다.
메르스가 창궐했던 2015년 추경과 달리 사회간접자본(SOC) 지원을 배제하고 실질적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달 3주차 방한관광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48.1% 감소하고 숙박·음식업 매출은 각각 24.5%, 14.2%나 줄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전달 대비 7.3포인트나 떨어졌다. 필요한 돈을 풀어야 낙폭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상황과 경제 영향을 지켜보고 대책이 더 필요하면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