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모두 대구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도민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 지역간 이동자가 많은 탓에 외부로부터의 감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급기야 대구·경북지역을 다녀온 도민과 여행객에 대한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4일 제주지역 네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46세 남성으로, 지난다 18일부터 2박 3일간 대구에 머문 뒤 20일 입도해 3일 확진됐다.
이 남성은 대구에서 제주로 온 지 이틀만인 22일 두통과 근육통 등의 증상을 느꼈으나 독감으로 여겨 약만 복용했다. 25일 제주한라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으나 호흡기 질환과 발열 증상이 없어 별도 검사 없이 귀가했다. 그리고 3일 다시 찾은 제주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4일 제주도가 공개한 동선을 보면, 해당 남성은 입도 후 줄곧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12일간 세 차례에 걸쳐 약을 먹거나 코로나 검사를 위해 두 차례나 스스로 병원을 찾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최종 확진을 받기까지 지난 12일간 마트와 은행, 식당 등 도심지 곳곳을 누빈 셈이 됐다. 제주도는 해당 남성이 방문한 장소에 대해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접촉자를 찾는 등 후속조치에 착수했다.
문제는 이 남성만이 아니다. 제주지역 코로나 확진자 4명 중 4명 모두 대구에 다녀온 뒤 제주에서 일상생활을 하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 번째 확진자인 48세 여성은 대구에 거주하다 23일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의 지인 집을 찾았고, 1주일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22일에는 대구를 다녀온 22세 서귀포 위(WE) 호텔 여직원이, 하루 앞선 21일에는 고향인 대구로 휴가를 갔다 부대로 복귀한 22세 현역 군인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제주에서는 공교롭게도 대구 방문 후 확진이 계속되면서 대구발 제주 입도객들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제주는 이주민들이 많아 외부에서의 감염병 유입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런 불안감을 의식한 듯 원희룡 제주지사는 4일 오전 코로나 합동 브리핑에서 대구·경북지역을 다녀온 도민과 여행객에 대해 대구 및 제주 공항에서 전원 발열 체크와 증상 여부에 관계없이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도록 지원하는 내용의 특별 대책을 발표했다.
원 지사는 “대구·경북을 왕래하는 도민과 여행객을 비롯해 지역사회를 더욱 안전하고 철저하게 보호해야 할 때”라며 “이에 따라 제주도는 해당 지역 방문 이력자에 대한 지원방침을 수립하고, 곧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