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는 메디컬드라마이면서 새내기 의사들의 성장담이었다. 어릴 적 상처로 사람과 벽을 쌓고, 속물이 됐던 외과 2년 차 펠로우 서우진(안효섭)이 그 사례다. 우진은 허름한 돌담병원에서 참된 의사 김사부(한석규)를 만나면서 삶과 생명의 가치를 아로새긴 의사로 성장해나간다.
우진을 연기한 배우 안효섭(25)도 극의 서사가 풀어질수록 성장을 거듭했다. 4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현실적이고 계산적이라는 점에서 우진이와 닮은 점이 있었는데, 연기하면서 삶을 조금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보는 법을 배웠다”면서 “배우로서도, 인간 안효섭으로서도 자라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얼떨떨하다”는 그의 말처럼 극은 근래 미니시리즈로는 이례적으로 시청률 25%(닐슨코리아)를 넘기며 큰 사랑을 받았다.
첫 방송 직후 온라인에서는 안효섭의 연기 변신에 대한 호평이 줄을 이었다. 안효섭은 과거 작품들에서 천진한 느낌의 역할을 주로 소화해왔다. 배역에 대한 배우 본인의 몰입이 대단했는데, 생방송 수준의 빡빡한 촬영 스케줄과 부담감에 8~9㎏이 부지불식간에 빠졌을 정도다. 안효섭은 “첫 촬영 전날까지 밥도 잘 안넘어갔다”며 “평소 감정을 많이 드러내는 편이 아닌데, 감정 소모가 심해 힘들었다”며 “무엇보다 시즌1 애청자로서 비교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촬영 시작 전 병원에 답사를 가 실제 수술 등을 참관하면서 약 두 달간 기본기를 다졌다. “의사가 되는 긴 과정을 흉내라도 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수술도구로 집에서 실을 꿰메고 자르고 붙이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다. 덕분에 심폐소생술은 최고로 잘하는 수준이 됐다. 안효섭은 “액션드라마를 한편 찍은 듯한 느낌”이라면서 “실제로 수술 장면을 찍을 때면 체력에 부칠 정도로 힘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들의 노고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사람은 “실제로도 김사부와 다름 없던” 한석규였다. 한석규에게 알찬 조언을 많이 들었다는 안효섭은 “선배님께서 30년 넘게 연기를 하셨는데, 화면에 나온 시간을 전부 합쳐도 이틀을 못 넘긴다고 말씀해주시더라”며 “한순간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는 그 교훈이 가슴에 크게 와닿았다”고 했다. 화제를 모은 로맨스 상대 차은재 역의 이성경에 대해서는 “처음엔 약간 서먹했는데, 우진과 은재의 설정에서는 그런 관계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면서 “자연스레 친해졌다. 성경씨는 정말 어른스럽고, 늘 밝은 에너지를 지닌 배우”라고 칭찬을 전했다.
10대 시절 대형 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시절을 거친 그는 배우로 가닥을 잡으면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 단막극으로 데뷔해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등 굵직한 작품에 얼굴을 비추며 연기대상 신인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특히 ‘꽃미남’으로 불리면서 수려한 외모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안효섭은 “이번엔 외적으로 부각되는 드라마를 좀 피하고 싶었다”며 “우진이는 배우로서 성장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역할이었다. 앞으로도 연기에 중점을 두고 살아가고 싶다”고 다짐을 전했다.
“처음 영상 기반 연기를 접했을 때는 생각과 달라 실망했던 적도 더러 있었어요. 연극의 연기보다 호흡도 짧고, 기술적인 면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면 할수록 흥미가 생겨요. 스릴러, 호러, 액션, 로맨틱 코미디, 코미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안 해본 건 다 해 볼 생각입니다(웃음).”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