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의 지도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전화통화를 했다. 미국 대통령이 탈레반 지도자와 통화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과 탈레반이 18년 간 이어진 아프간 전쟁의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을 체결한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탈레반이 협정 체결 직후 아프간 정부군에 대한 공세에 나서는 등 항구적 평화 수립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탈레반 지도자와 통화했다. 우리는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우리는 더는 폭력이 없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우리는 폭력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말버릇대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과 바라다르 지도자가 통화한 사실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백악관과 탈레반은 각각 성명을 내고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탈레반 측에 따르면 바라다르 지도자는 35분 간 이뤄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프간 주둔 병력 철수 약속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국민들은 강하며 미군 철수는 모든 당사자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답했다.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폭력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아프간 정부와 협상에 나서라고 탈레반에 촉구했다.
미국과 탈레반이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후에도 사태가 호전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이끄는 아프간 정부 역시 분쟁 당사자지만 평화협정 체결 논의에 참여하지 못했다. 탈레반은 가니 정부가 미국의 꼭두각시라며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가니 대통령 역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협상 개시에 앞서 아프간 정부군에 억류된 탈레반 포로 5000명을 석방한다는 내용의 평화협정 조항을 ‘밀실 합의’라고 비난한 바 있다.
결국 탈레반은 지난 2일 아프간 정부군을 겨냥한 공격을 재개했다. 지난달 29일 평화협정 서명식에 앞서 일주일 간 설정했던 휴전 기간이 끝남에 따라 정상적인 작전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탈레반은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국제동맹군은 공격 대상에서 제외했다. 수도 카불 남동부에 위치한 도시 코스트에서는 폭탄 테러가 발생해 민간이 3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으나 탈레반 측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