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행동 고친다”며 고추냉이 물 먹이고 밥 한 숟갈 준 장애인시설

입력 2020-03-04 13:46

지적·발달 장애인을 수년간 욕하고 때리며 학대해온 장애인시설 종사자들에 대해 국가인권의원회가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인권위는 지방자치단체에 해당 시설을 폐쇄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다수의 중증장애인에게 가혹행위를 벌여온 경기도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 5명을 폭행 및 장애인학대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4일 밝혔다. 감독 의무가 있는 서울시와 해당 구청에 대해서는 시설 폐쇄 등 행정처분을 할 것을 권고했다. 시설은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지만 법인 설립 등은 서울시를 통해 이뤄져 서울시와 해당 구청에 감독권이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종사자들은 지난 2018년부터 시설의 장애인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CCTV 영상 등을 조사한 결과 확인된 피해자만 11명에 달했다. 직원들은 “문제행동을 고쳐주겠다”며 고추냉이 섞인 물을 강제로 먹이고, 대소변을 자주 본다며 뒤통수와 엉덩이를 때리기도 했다. 장애인이 식사할 때마다 귀를 잡아당겨 입을 벌리게 해 억지로 밥을 욱여넣기도 했다. 한 장애인은 재활교사에게 맞아 치아 2개가 빠지기도 했다.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하거나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 일도 다반사였다. 피해 장애인들은 “XX년, 병신” 같은 욕설을 수시로 들었고, 식사량을 밥 한두 숟가락으로 제한당하기도 했다. 여성 장애인의 하반신이 대변으로 범벅이 될 때까지 기저귀 교체를 해주지 않는 일도 있었다.

직원들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당시 사무국장 A씨는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폭행 영상을 확인하고도 가해자를 징계하거나 경찰 등에 신고하지 않았다. 오히려 퇴사하기 직전 영상을 몰래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해당 시설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시설은 지난 2014년에도 보조금 횡령 등 혐의가 인정돼 벌금 300만원과 경고 처분을 받았다. 2017년에는 이용자를 감금하고 무면허 의료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내고 시설장이 교체됐다.

인권위는 “두 차례의 처벌과 행정처분이 있었음에도 자체적인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며 “가혹행위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해 폐쇄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