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뇌중추신경계 침범?…“증폭된 바이러스 피 타고 충분히 가능”

입력 2020-03-04 13:44 수정 2020-03-04 13:49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뇌중추신경계 침범 가능성이 제기됐다. 코로나19 감염자의 두통과 구토 등 증상은 이로 인한 것이며 뇌신경계 침범이 주로 코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마스크 쓸 때 코를 잘 가려야 한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국 지린대 의대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뇌과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바이러스학저널(Journal of Medical Virology)에 발표한 최신 연구논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뇌중추신경계를 침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나 폐 세포를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으로 호흡곤란을 꼽았다. 중국 우한시의 경우 중환자실 치료 환자의 46∼65%가 단기간에 악화돼 자발적 호흡이 어려워지는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는 통계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의 뇌중추신경계 침투가 코로나19 환자의 급성 호흡부전에 일정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환자들은 첫 증상부터 호흡곤란까지 평균 5일, 병원 입원까지는 평균 7일이 각각 걸렸다. 이 정도 시간이면 바이러스가 뇌 속 뉴런(신경세포)에 들어가 신경계를 파괴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보이는 두통, 구역·구토 등 신경학적 징후들이 바이러스의 신경계 침투에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국내 전문가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엄중식 가천의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일 “코 등 호흡기로 들어간 바이러스가 바로 뇌를 침범하는 게 아니라 몸 속에서 충분히 증폭되면 혈액을 타고 흘러다니면서 뇌로 들어갈 수 있다”면서 “일본 뇌염도 모기에 물려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가 진행되면 중추신경계가 감염돼 의식장애, 혼수, 호흡곤란으로 이어지고 사망에 이른다. 독감 바이러스(인플루엔자)도 뇌염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방지환 서울대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독감 환자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한 뒤 추락사하는 사고들이 종종 있었는데, 이를 두고 항바이러스제의 부작용이 아니라 인플루엔자의 중추신경 침범 때문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코로나19에서도 이런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방 교수는 “코로나19의 신경계 침입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항바이러스제 치료는 가능한 감염 초기에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 교수는 다만 “코로나19는 코 뿐 아니라 입, 눈을 통해서도 옮는 만큼 코를 통한 감염 예방만 부각돼선 안되며 마스크로 코와 입을 함께 철저히 가리는 게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