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못합니까?’ 한의사 대구 파견 보류에 발끈

입력 2020-03-04 13:07 수정 2020-03-04 13:22
2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 업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대구를 돕겠다고 전국 한의사들이 나섰지만 정부에서 파견 허가를 내주지 않아 무기한 보류됐다. 보건 당국은 “한의사 검체 채취 업무에 대한 법적 논란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한의사에게 감염병 진단과 신고 의무를 지게 하면서 검체 채취를 못하게 하는 건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대한공중보건한의협의회(대공한협) 관계자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70여명의 한의과 공보의가 대구 파견을 지원했지만, 보건 당국에서 파견을 허가하는 공문이 오지 않고 있어서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 측에서는 대구에 당장 추가 의료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한의협과 대공한협은 공보의 50여명을 지난 1일 대구로 보내려고 했지만, 그때도 보건 당국에서 파견을 허가한다는 답변이 오지 않아 보류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한의사의 검체 채취 업무에 대한 법적 논란이 있는 상황이라 일률적으로 대구에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한의사를) 역학조사관으로 활용하는 등 실정에 맞게 인력 운용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법 전문가들도 “의료법상 기본적으로 감염병 검사, 바이러스에 대한 진단 등은 양방의 영역”이라며 “코로나19 검체 채취도 한의사의 면허를 넘어서는 불법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사태는 국가적인 긴급 상황인 만큼 한의사를 검체 채취에 동원해야 하느냐는 문제는 더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의협은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 제6조 중 ‘제1급 감염병 환자의 경우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등은 질병관리본부장 또는 관할 보건소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을 들며 “이런 내용의 법 조항이 있고, 일부 선별진료소에선 이미 한의사가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하고 있는데 보건 당국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남 하동군에서는 한의사 7명이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29일 정례 브리핑에선 “의료인의 직역이나 자격 범위 등과 무관하게 모든 의료 봉사 자원을 수용하고, 각자 영역에 맞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중대본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한의사의 대구 파견 보류 관련 질문에 “파견이 늦어지는 상황은 알고 있지만, 이는 중수본에서 결정할 문제라 답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4일 말했다. 한의협과 대공한협은 한의사 대구 파견 문제에 지지부진한 보건 당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낼 예정이다.

정우진 조민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