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육상연맹이 6년을 끌고 온 ‘도핑 스캔들’과 관련해 세계육상(World Athletics)에 “잘못을 인정한다”며 사과 서한을 발송했다. 도핑과 관련한 러시아의 공개적인 사과는 처음이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3일(현지시간) “예브게니 유르첸코 러시아연맹 신임 회장이 ‘지도부 전원은 부정행위를 인정한다’고 시인하고 사과하는 편지를 지난 2일 세계육상에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육상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후신으로, 육상 종목의 최상위 단체다. 올림픽 육상을 주관하는 단체도 세계육상이다.
러시아연맹은 “지난해 11월에 불거진 도핑 관련 허위문서 작성은 명백한 우리의 잘못”이라고 서한에 작성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육상의 도핑 스캔들은 2015년부터 5년을 끌고 온 일이다. 당시 IAAF였던 세계육상은 지난해 11월 러시아 육상의 조직적인 금지약물 복용과 도핑테스트 은폐 시도를 확인하고 국제대회 출전금지 처분을 내렸다. 러시아 육상은 이듬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하계올림픽에 선수를 파견하지 못했다. 러시아 선수는 중립국 신분으로 출전했다.
다른 종목도 예외가 아니었다. 러시아 선수들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자격으로만 출전이 허용됐다. 국가대표 신분이 아닌 만큼 수확한 메달도 러시아의 것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IOC는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국가올림픽위원회 지위를 복권했다.
하지만 러시아 육상의 스캔들 여파는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세계육상 윤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러시아연맹이 금지약물 복용 의혹 선수의 징계를 피할 목적으로 문서를 조작했다”며 “러시아연맹 임원 모두에게 도핑 허위문서 작성과 관련한 책임이 있다.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같은 해 12월 4년간 러시아의 주요 국제 스포츠대회 출전 금지를 결정했다.
러시아연맹은 지난 1월 임원진을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유르첸코 회장이 지난달 말에 임명됐다. 유르첸코 회장은 가장 먼저 세계육상에 사과 서한을 보내 도핑 스캔들에 대한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러시아연맹은 당초 “징계를 해제하고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을 허락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중립국 신분 출전도 제한할 수 있다’는 세계육상의 강경한 태도에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세계육상과 IOC가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는 한, 러시아 육상 선수들은 도쿄올림픽에서도 ‘OAR’ 신분으로 출전하게 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