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신음하는 대구 지역 확진자들이 4일 오후부터 광주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달빛동맹’을 토대로 한 ‘병상연대’가 본격 가동되는 것이다.
광주광역시는 이날 “대구 코로나19 경증 확진자 7명이 구급차 2대에 타고 빛고을전남대병원에 도착해 치료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가족단위 3명과 4명으로 2대의 구급차에 나눠탄 이들은 오후 2시10분과 3시에 각각 출발했다.
이들의 치료를 위해 의사 12명, 간호사 51명이 대기 중인 빛고을전남대병원은 8개의 음압병실과 49개의 격리병실을 갖추고 있다.
대구시는 이송을 위한 분류·준비 작업을 마쳤다. 2대의 구급차는 ‘달빛고속도로(옛 88고속도로)’를 달려 2시간~2시간30분 후쯤 광주에 도착할 예정이다. 구급차는 휴게소 등에 들르지 않고 광주로 직행한다.
대구 코로나19 확진자 이동은 지난 1일 이용섭 광주시장이 대구시에 ‘병상연대’를 제안한 지 사흘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이 시장은 “달빛동맹으로 맺은 형제 도시 대구의 경증 확진자를 광주에서 치료받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시장은 “1980년 5월 고립됐던 광주가 외롭지 않았던 것은 뜻을 함께한 수많은 연대 손길 덕분”이라며 “대구와 광주는 달빛동맹으로 맺은 형제 도시”라고 강조했다.
지자체 합의에 따라 대구 환자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는 것은 광주가 처음이다. 광주시는 빛고을전남대병원 등의 병실 사정을 감안해 대구 확진자를 최대 60명까지 받아 치료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확진자 이동과 병원 치료과정에 대해 철저한 대책을 세웠다. 가족들도 동행하지 않도록 통보했다.
대구 경증 확진자들은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빛고을전남대병원 5~6층 병실로 이동하게 된다. 만일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달구벌 대구와 빛고을 광주는 2013년 3월 지역감정을 뛰어넘은 ‘달빛동맹’을 맺은 이후 각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를 해왔다.
수년 전부터 광주 5·18 민주화운동과 대구 2·28 민주항쟁 행사에 사절단을 상호 파견해왔으며 5·18과 2·28을 상징하는 518번과 228번 시내버스를 대구와 광주에서 각각 운행 중이다.
시는 지난달 28일에는 대구에 의사와 간호사 등 5명으로 구성된 의료지원단을 보내기도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형제도시 대구와 ‘나눔과 연대’를 통해 코로나19를 물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