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코로나 싫다”…런던서 아시아인 무차별 폭행당해

입력 2020-03-04 10:29
조너선 목 페이스북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영국에서도 아시아계 학생이 인종차별적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3일(현지시간) BBC 보도에 따르면 런던 경찰은 싱가포르 유학생이 길거리에서 청년 무리로부터 코로나19 관련 인종차별 욕설을 듣고 폭행당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싱가포르 출신으로 런던 소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조너선 목(23)씨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자신이 폭행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목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9시15분쯤 런던 시내 한복판인 옥스퍼드 가를 걷다가 청년 3~4명과 시비가 붙었다.

목씨는 이들이 자신을 향해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무리 중 한 남성이 “뭘 보느냐”고 따지면서 갑자기 연달아 주먹을 날렸다. 무리에는 여러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나가던 행인이 이들을 말리려고 했지만 또 다른 한 명이 목을 향해 발차기를 시도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너네 코로나바이러스가 있는 게 싫다”고 소리치며 목의 얼굴을 가격했다.

폭행범들은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현장에서 도망갔다. 목씨는 이 사건으로 자신의 얼굴 뼈에 금이 갔고 한쪽 눈두덩에 심하게 멍이 들었으며 재건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런던경찰청은 인종차별적 가중폭행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며, 용의자들을 확인하기 위해 CCTV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체포된 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씨는 BBC에 “몇몇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자신들과 다른 이들을 향한 증오의 변명거리로 삼고 있다”며 “이런 경험이 이 아름다운 도시의 이미지를 더럽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퍼진 지난 몇 주 사이 아시아인을 표적으로 한 언어·신체적 인종차별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목씨 외에도 버밍엄과 풀럼 등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사람들이 자신의 옆에 앉지 않거나 거리에서 자신에게 욕설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등 인종차별을 당한 경험담이 아시아 커뮤니티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무고한 사람들에게 함부로 낙인을 찍어선 안 된다”고 거듭 호소했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