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코로나19’에 파격 금리인하한 美 연준

입력 2020-03-04 07:25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현지시각으로 3일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0.25% 포인트씩 조정하는 원칙에서 벗어난 ‘0.5% 깜짝 인하’한 것은 연준이 코로나19 사태를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엄중한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2008년 12월 글로벌 금융 위기 이래 처음이다.

연준은 이날 오전 10시 정각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1.00~1.25%로 0.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는 18일 예정된 FOMC 정례회의에 앞서 기습적으로 단행한 것이다. FOMC는 전날 밤 화상 콘퍼런스를 진행한 뒤 이날 오전 금리 인하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전했다.

연준은 “미국 경제의 기본은 여전히 강하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 활동에 점차 발전하는 위험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또 “이 같은 위험을 고려하며 최대 고용과 가격 안정 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FOMC가 오늘 FFR 목표 범위를 1.0~1.25%로 0.5%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위원회는 상황 전개와 이것들의 경제 전망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한 연준은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적절하게 도구를 사용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외신들은 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며 인하폭 역시 이후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2008년 정례회의와는 별도로 금리를 인하했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연준은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연속적으로 금리를 끌어내린 뒤 경제 흐름을 관망하는 동결기조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부터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하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금리인하 기조로 돌아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의 강도와 지속성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고 유동적”이라며 “FOMC는 미국 경제전망에 대한 리스크가 실질적으로 달라졌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적절한 행동’을 재차 강조한 그는 “기준금리 이외에 다른 정책수단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는 양적 완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8일 이례적인 긴급성명을 발표하며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하겠다”고 밝혀 금리인하를 시사했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파격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는 오히려 급락했다. 미 동부시각으로 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785.91포인트(2.94%) 하락한 25,917.41에 마감했다. 장중 1,000포인트 밀리기도 했다.

한때 300포인트 오름세를 타기도 했지만 결국 하락 반전했다. 종일 1,300포인트 가량 출렁이면서 극심한 불안정성을 노출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86.86포인트(2.81%) 내린 3,003.3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68.08포인트(2.99%) 하락한 8,684.09에 각각 마감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에 극적으로 급반등했던 전날 장세와는 정반대로, 정작 연준이 ‘인하카드’를 꺼내들자 가파른 하락세로 되돌아간 셈이다. 전날 다우지수는 포인트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폭인 1,293.96포인트(5.09%) 치솟았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