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잤을까” 설리에 이어 가족 같던 친구까지 잃은 루나 자책

입력 2020-03-04 06:02 수정 2020-03-04 09:45
방송 화면 캡처

에프엑스(f(x)) 출신 뮤지컬 배우 겸 가수 루나가 방송을 통해 가족 같은 친구를 잃은 슬픔을 고백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루나는 3일 방송된 MBC ‘사람이 좋다’에 출연했다. 이날 루나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근황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말 겪은 충격적인 사건들을 언급했다. 동료인 설리를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가족이나 다름없는 친구를 잃은 사연이다.

루나는 “탈퇴 후 설리를 못 봤다”며 “설리의 비보를 듣고 길거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소리를 지르며”라고 고백했다. “설리가 하늘나라로 가기 전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반말을 했다”고 한 루나는 “‘언니, 나 언니 보고 싶어’라는 문자였다”고 했다.

그는 “진짜 오래 참고 참다가 보낸 메시지라는 게 느껴져 언니로서 너무 미안했다”며 “내가 먼저 설리한테 다가가서 얘기할걸. 한마디라도 더 해줄걸. 사랑한다고 더 해줄걸”이라고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다.

루나는 이날 파란 안개 꽃을 들고 납골당을 찾았다. 루나는 소피아라는 세례명이 적힌 납골함 앞에서 오열했다. 소피아는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가수의 꿈을 키워왔던 동료 이지은이다. 비록 데뷔하진 못했지만, 곁에서 루나를 항상 응원했었다. 그러나 설리가 숨진 지 한 달 뒤인 11월 세상을 떠났다.

“나에게는 가족이었다. 저희 집에 같이 살았고 둘도 없는 친구였다”고 한 루나는 “삶이 너무 괴로웠나 보다. 내가 다 이해할 수 없지만, 너무 고통스러웠을 거라는 것만은 안다. 나랑 비슷한 게 많은 친구였기에 서로 많이 의지했고 우리 둘이 같이 잘 이겨내서 잘 살자, 그랬는데 그날 그렇게 가버릴 줄 몰랐다”고 했다.

“내가 왜 그때 잠을 잤을까. 왜 피곤해서 잤을까”라고 한 루나는 “고작 한 시간 사이에 생긴 일인데, 그런 생각과 후회도 많이 들고 너무 보고 싶다”며 오열했다. 루나의 집엔 여전히 친구 지은이의 흔적이 남았다.

루나는 현재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했다. “보기와 다르게 공황장애가 심하게 왔다. 신체적으로 온다”고 한 루나는 “차를 못 타겠더라. 차를 타는 순간 손발이 떨리고 말이 없어지고 돌아버릴 것 같더라. 너무 무섭고 떨려서 차를 못 탔다”고 했다.

이날 루나는 귀농한 부모님을 찾기도 했다. 루나의 어머니는 딸에 대해 “세상에 미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다 놔버린 것 같았다”며 걱정했다. 루나는 자신을 걱정하는 부모님께 “나 약하지 않아. 그러니까 기필코 잘 이겨내 볼게”라고 다짐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방송이 전파를 탄 직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엔 루나의 친구 이지은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았다. 이에 본명이 이지은인 가수 아이유의 팬들은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실시간 검색어는 ‘이지은 사망’ 대신 ‘이지은 소피아’로 바뀌었다. 한편 루나는 현재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최정원의 딸로 활약했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