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과하게 굴어 미안해요” 中 자가격리 풍경

입력 2020-03-04 00:05
중국 광둥성 선전시 한 아파트에 3일(현지시간) 뜻밖의 선물이 도착했다. 대부분 식료품이었다. “힘든 일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주세요”라고 적힌 쪽지도 있었다. 무슨 일일까.

연합


최근 중국은 한국에서 돌아온 입국자를 자가격리 조치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치차원이라고 했다. 한국 교민들은 “과도한 조치”라고 반발했고 현지 중국인들은 “어쩔 수 없다”며 대치했다. 한 교민은 “호텔에 격리돼 갖은 검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자 문전박대를 당해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났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갈등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통을 함께 나누자는 온정의 손길도 있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 한 아파트 인근 상가를 운영하는 A씨는 자가격리 중인 집마다 선물상자를 배달했다. 그는 편지에 “힘든 일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선물과 온정을 드립니다. 세상이 아름다운 건 당신과 내가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적었다. 아파트의 한 교민은 “선물을 받으니 마음이 눈 녹듯 풀어졌다”며 “사람 사는 곳은 어느 곳이나 따뜻하고 정이 많은 분이 있기 마련”이라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 곳곳에서 일었다. 코로나19 검사를 마친 사람에게 한 방역 요원은 과일 상자를 내밀었다. 그는 “너무 과하게 굴어 미안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한 교민은 “우리도 힘든 시기지만 중국도 마찬가지로 힘든 시기”라며 “서로 잘 협조해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에 사는 한국 교민의 월세를 감면해준 집주인의 이야기도 전해졌다. 집주인은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한국 교민에게 집세 한 달 분인 1만60000위안(270만원 상당)을 감면해줬다. 한국 교민이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집세를 보름 뒤에 드려도 될까요?”라고 묻자 그는 “집세를 늦게 내는 것은 물론이고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한 달 치 집세를 면제해 주겠다”고 답했다고 전해졌다.

당시 집주인은 “돈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신이 자신감과 힘을 얻어서 쉽지 않은 중국 생활을 잘 헤쳐나가야 한다”며 “이번 사태도 대단한 일은 아니고 단지 인생에서 겪는 경험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