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나선 김여정…“청와대 저능한 사고 경악”

입력 2020-03-04 00:02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3일 “청와대의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에 ‘강한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라고 밝혔다.

전날 청와대가 최근 북한의 합동타격훈련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이 본인 명의로 담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김여정을 앞세워 ‘정면돌파전’에 필요한 내부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은 이날 밤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우리는 그 누구를 위협하고자 훈련을 한 것이 아니다”며 “나라의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 있어서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행동이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육·해·공 합동타격훈련을 진행한 데 이어 전날 동해상으로 초대형 방사포 두 발을 쐈다.

김여정은 “남쪽 청와대에서 ‘강한 유감’이니 ‘중단요구’니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우리로서는 실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일 북한의 발사체 발사 직후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긴급 화상회의를 갖고 북한의 의도를 점검했다. 관계 장관들은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합동타격훈련을 진행해 군사적 긴장을 초래한 데 강한 우려를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했다. 김여정은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럽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은 3월 초로 예정됐던 한·미 연합훈련이 연기된 것을 두고 “남조선에 창궐하는 신형코로나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가 연기시킨 것이지 그 무슨 평화나 화해와 협력에 관심도 없는 청와대 주인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 아닌 것은 세상이 다 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떻게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다 그렇게도 구체적이고 완벽하게 바보스러울까”라며 “참으로 미안한 비유이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고 했다.

김여정의 ‘독자 담화’를 놓고 그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여정이 그동안 남북, 북·중 및 북·미 정상회담에 관여해왔으나 자신의 명의로 담화를 발표한 적은 없없다”며 “이번 담화는 그가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서서 이제는 자신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표명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위상과 영향력이 확대되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25일 자신의 고모 김경희를 주민 앞에 공개한 바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김 위원장이 상당한 위기에 직면한 것 같다”며 “자신의 고모 김경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을 시작으로 가족 중심의 정치를 시작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리만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을 날린 상황에서 가족정치의 특성이 강화되는 걸로 봐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 더 폐쇄적인 리더십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홀로서기에 실패했기에 가족 정치, 나아가 선대유훈에 의존하는 백두혈통 정치로 간 것으로도 분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손재호 이상헌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