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UR 도입, 마스크 사재기 막을 수 있다”

입력 2020-03-03 21:20
텅텅 빈 마스크 가판대.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일 4800명을 넘어서면서 전국은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였다. 마스크 수요가 급증한 데다 싹쓸이하는 ‘사재기족’이 등장하면서 품귀현상이 극심해졌다. 보건 당국이 전날 공적 판매처에 마스크 약 588만장을 공급했지만,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경북 문경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박상훈(49) 약사가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사재기 방지법은 ‘마스크 가뭄’ 상황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씨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이용하면 사재기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DUR은 약국과 병원이 공유하는 통합 전산시스템이다. 한 약국에서 환자에게 판매한 약을 다른 약국에서 확인할 수 있어 중복 투약을 막는다. 마스크를 약처럼 DUR에 등록하면 여러 약국을 돌며 ‘마스크 쇼핑’을 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약사에게 구체적 방법을 물어봤다.

DUR 절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캡처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마스크 중복 구매 등 사재기를 막기 위해 DUR 서비스를 활용할 방침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DUR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되기까지 2~3일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현재 마스크는 어떤 식으로 판매되고 있나요

“솔직히 너무 답답합니다. 지금 마스크 판매는 완전 복불복이거든요. 하루에 보통 100~200개 정도의 마스크가 들어옵니다. 이게 20분 안에 동나요. 어제는 10분 만에 동났습니다. 게다가 마스크 공급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에요. 오후 4시에 들어오기도 하고 오후 6시에 들어오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마스크가 들어오는 시간에 우연히 약국을 찾은 사람만 마스크를 살 수 있는 겁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방법도 있죠. 문제는 시간이 많으신 어르신들이야 문 앞에서 계속 기다리다가 살 수 있지만, 일을 하는 젊은 사람들은 마냥 줄을 설 수 없어서 못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지난 번엔 83세 되신 할머니가 오전에 마스크 5개를 사 가시더니 오후에 다시 와서 5개를 달라고 하시더군요. 1인당 5개 판매가 원칙이지만 오전에 안 왔다고 우기면 제재할 방법이 있나요. 시스템에 기록된 게 없으니까 못 하죠. 결국 바로 뒤에 들어온 젊은 사람들은 마스크를 못 샀어요.”

공적 마스크 구입을 위해 서울 양천구 ‘행복한 백화점’ 앞에 줄을 선 시민들. 국민일보DB

-DUR을 이용하면 사재기를 막을 수 있나요

“DUR은 중복 투약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전산 프로그램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가 A약국에서 타이레놀이나 부루펜 같은 진통소염제를 처방받았습니다. 그러면 A약국은 DUR에 이걸 기록합니다. 이 기록은 옆동네 B약국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환자가 B약국에서 다시 진통소염제를 처방해달라고 하면 이를 보류할 수 있는 것이죠. 이 시스템을 마스크에 적용하면 한 사람이 여러 약국을 돌아다니면서 마스크를 살 수 없습니다. 어디서 몇 개를 샀는지 전산시스템에 다 뜨니까요. 안 샀다고 우길 수도 없죠.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마스크를 못 살까봐 불안해할 필요도 없고 줄을 설 필요도 없습니다. 약국은 어디나 분포하므로 특정 지역에 몰릴 필요도 없구요.”

-당장 시행 가능한 방법인가요

“DUR에 마스크 항목을 신설하면 됩니다. 지금도 처방 조제약 외에 일반 약도 DUR 등록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 약이 등록 가능하다면 의약외품인 마스크도 전산에 등록 가능하죠. 항목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관리합니다. 마스크 항목을 신설하면 각 약국에서 DUR에 구매자, 구매 수량을 입력할 수 있고 구매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니 사재기 통제도 쉽죠. 등록에 필요한 절차들이 있겠지만 지금은 비상상황 아닙니까.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마스크 공급을 원활하게 해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DUR 등록이 마스크 품귀현상도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근본적 해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품귀현상의 근본적 해결 방안은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것이죠. 하지만 갑자기 마스크 생산량을 늘릴 수 없지 않습니까. 사재기 같은 불필요한 수요를 줄여야죠. DUR을 도입하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불필요한 수요를 줄일 수 있으니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마스크가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