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사러 배까지 탔지만…고달픈 여수 섬주민들

입력 2020-03-03 18:41
정부가 우체국서 공적 마스크 판매에 나섰지만 전남 여수지역 일부 섬 주민들은 우체국이 없어 마스크 구매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하나로마트 고양점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줄지어 마스크를 사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여수시에 따르면 화정면 관내 12개 섬에는 우체국이 없어 배나 차량을 이용해 타지로 나와 화정우체국을 이용해야 한다. 그나마 백야도·조발도·둔병도·낭도·적금도는 5개 섬은 연도교가 놓여 차로 오갈 수 있지만 월호도·자봉도·제도·하화도·상화도·사도·여자도 등 7개 섬은 우체국을 가기 위해 여객선을 타고 육지로 나와야 한다.

게다가 배를 타고 우체국까지 나왔다고 하더라도 마스크를 살 수는 없었다. 순식간에 매진됐기 때문이다.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화정우체국은 오전 11시부터 마스크 425매를 판매했으나 10여분 만에 판매가 끝났다. 마스크를 사러 온 주민 다수는 70~80대 노인들인데다 상당수는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주민은 50여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화도에 사는 김재곤(66) 이장은 “간혹 육지로 나갔다가 오는 분들이 개인적으로 마스크를 1~2개씩 구해 온다”며 “구하기가 어려워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는 주민은 찾아볼 수 없다. 외지인들이 가끔 오가기도 해 불안한 마음에 집에만 머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적 판매처에서 마스크 물량을 공급하기 시작한 2일 오전 강원 강릉시 주문진우체국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가 5분만에 완판되자 "왜 마스크가 부족하냐"며 관계자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리가 놓인 지역에도 어려움은 있었다. 낭도의 한 주민은 “다리가 개통하니 외지인들이 차를 몰고 많이 찾아와 코로나가 퍼질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고 걱정했다. 이에 따라 일부 마을은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주민들은 최근 면사무소 이장을 통해 공적 마스크를 구입해 공급해달라고 건의했다. 화정면은 잇따른 민원에 여수시에 보고해 검토에 들어갔다. 화정면은 12개 섬으로 구성돼 있으며 2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