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정당’ 빨리 결정하라는 시민사회진영…민주당 앞 선택지는

입력 2020-03-03 18:36
‘비례정당’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하는 진보 시민사회진영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선택지를 둘러싼 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내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선거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미래한국당의 비례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문제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는 것이다. 현재 가장 비중있게 검토되는 안은 범진보 진영의 선거연합정당인 ‘정치개혁연합’에 민주당이 참여하는 것이다. 함세웅 신부와 한완상 전 교육부 장관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정치개혁연합은 진보진영의 ‘민주대연합’ 기조 위에 서 있다. 민주당은 7석 안팎의 비례대표 후보를 파견하는 형식으로 참여할 전망이다. 당내에서는 어차피 그대로 선거를 치러도 획득가능한 의석수가 7석인 만큼, 당이 그 이상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가 많다.

이 안의 가장 큰 변수는 정의당이다. 범진보 빅텐트를 세우려면 정의당 참여가 필수적이나, 정의당은 현재까지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3일 의원총회에서 “위헌적인 위성 정당에 몸을 실을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진보 진영에서는 정의당이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의석수가 더 많을뿐 아니라 지역구 선거에서도 후보 단일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정의당을 설득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치개혁연합’ 창당추진위원회의 하승수 집행위원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의당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방법은 이보다 느슨한 형태의 선거연대다.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독자적으로 공천하고, 다양한 선거 캠페인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전략적 분리투표를 촉구하는 방식이다. 현실적으로 정의당이나 민중당 등의 참여가 무산되면서 선거연합정당이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의원들이 선호하는 안이다.

여권 관계자는 “유권자들에게 민주당뿐만 아니라 녹색당이나 미래당 등 청년 및 미래 세력에게 정당 투표를 나눠서 해달라고 촉구하고, 독자적으로 원내진출이 어려웠던 이들이 국회에 진출하게 된다면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의 취지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이 진행된 만큼 이를 뒤집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다만 이 경우 전략적 분리투표가 민주당의 기대대로 충족될지, 선거 캠페인의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할지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들이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위장정당 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소수이긴 하나 최재성 의원처럼 비례대표 무공천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또 시민사회 진영에서도 정치개혁연합이 추진하는 진보비례연합정당을 꼼수라고 비판하며 민주당의 비례 무공천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노총 등이 주축이 된 ‘정치개혁공동행동’은 이날 국회 정론관을 찾아 “미래한국당 창당에 이어 최근 민주당에서도 위장정당 창당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들은 소수정당도 국회에 진출하고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제도로 바꾸었던 개혁이 거대 정당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며 민주당이 다른 방법으로 선거 연대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관건은 시간이다.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려면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오는 16일까지 각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 공천 규정을 선관위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연일 민주당을 향해 빨리 결정하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결정이 늦어질 경우 결국 현행대로 선거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과 김부겸 의원, 김해영 최고위원 등 당내 상당수는 원칙대로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나래 이가현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