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대지진 정돈 돼야…” 코로나 무시하던 日 황당 지침

입력 2020-03-04 00:30
마스크를 쓴 일본 도쿄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2020 올림픽이 열리는 오다이바 해변공원의 오륜 조형물 앞을 지난달 27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쓰는데도 대회 강행 입장을 고수했던 2020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서 있기 어려운 정도의 지진에만 경기를 취소하겠다”는 지침을 공개했다.

아사히신문은 3일 보도를 통해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가 자연재해 상황에 대비한 경기 운영 판단 지침을 만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직위가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을 가정해 마련한 경기운영 판단 지침안에 따르면 지진은 ‘도쿄 23구(도쿄도 중심부)에서 진도 5강 이상’ ‘그 밖의 지역에서는 진도 6약 이상’ 경우가 발생할 시 위기관리팀을 가동해 대응한다. 또 당일 경기에 한해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지침에서 정의한 진도 5강과 6약은 각각 ‘뭔가 붙잡지 않으면 걷기 힘든 상태’ ‘서 있기 어려운 상태’로 표현할 수 있다. 만약 ‘서 있기 어렵고 몸이 내동댕이쳐질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 진도 6강이 발생할 경우 당일 경기를 모두 취소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일본 도쿄에서 강행된 2020 도쿄마라톤 경기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경우 경기 재개 여부는 지진 발생 1시간30분 이내를 목표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경기장별로 결정한다. 진도 4(보행자 대다수가 흔들림 감지하는 수준) 이하인 경우는 일률적으로 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경기장별로 중단 여부를 결정토록 할 방침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조직위가 규정한 경기 중단 기준인 진도 5강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킨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관측된 수치다. 따라서 조직위의 지침대로라면 동일본대지진 규모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당일 경기가 전면 중단되는 사태는 없다는 얘기가 된다.

앞서 조직위는 2일 코로나19 관련 사태에 대해 “올림픽 취소를 전혀 논의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코로나19 보호 조처는 안전한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우리 계획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조직위는 현재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를 주시하는 관계기관과 협력을 지속하고 모든 대응 조처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코로나19 사태 악화를 우려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만일의 상황에 가정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