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안 해주면 기침하면서 밖에 돌아다니겠어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 전화를 건 민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건보공단 콜센터는 질병관리본부 상담센터인 1339를 도와 코로나19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 이달 들어 이들에게 주로 들어오는 민원은 지역 보건소에 관한 불만사항이다. “자가격리 중인데 증상에 관해 묻고 싶으나 보건소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보건소의 진단 검사 결과 안내가 늦는다”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불만 민원이 발생하는 것은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는 일선 보건소의 상황과 관련이 있다. 지역 보건소는 선별진료소 운영과 접촉자·자가격리자 모니터링, 진단 검사 결과 안내, 민원 응대 등 코로나19와 관련한 각종 업무를 한 달 넘게 소화하고 있다. 피로도 누적되고 있다. 확진자가 매일 수백명씩 늘면서 업무량도 대폭 늘어났다. 3일까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집계한 코로나19 확진자는 5186명이다.
시민들은 보건소의 도움을 제때 받지 못하는 불편함을 호소하고, 보건소는 대응 능력의 한계를 토로하고 있다. 실제 각 지역 보건소 직원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 경북 경주시보건소 관계자는 “많을 때는 하루 200건에 달하는 검체를 채취한다”며 “공중보건의나 역학조사 담당자들의 업무가 과중된 상태”라고 말했다.
대구 달성군보건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곳 확진자관리팀 근무자 7명은 모두 입술이 터졌다. 달성군보건소 관계자는 “달성군에만 3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있고, 관리 대상 자가격리자가 1000명이 넘는다”며 “이들에게 자가격리 통지를 안내하고, 해열제와 기관지약 등을 집 앞에 일일이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별진료, 환자관리뿐만 아니라 쇄도하는 일반 민원을 응대하기도 급급하다. 경북 구미시보건소의 직원 40여명은 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재난문자가 배포되면 2시간 동안 전화기에 불이 난다. 업무보다 민원 전화가 더 많을 정도다.
난감한 민원으로 진땀을 빼기도 한다. 구미시보건소 관계자는 “확진자의 동선을 너무 정확하게 공지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우려가 있는데 민원인들이 전화로 구체적 동선을 물어보며 화를 낼 때가 많다”며 “양해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경주시보건소 관계자도 “확진자의 이름 등 개인정보를 알려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잦다”며 “이런 민원 전화만 하루에 적어도 50건”이라고 말했다.
일선 보건소의 피로도가 축적될수록 진료 공백이 생길 우려도 크다. 자가격리 중인 확진자의 증상을 체크하는 전화 모니터링이 인력 부족 탓에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확진자 수용 공간을 빨리 확보하면 보건소가 챙겨야 할 환자 수가 줄어들어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앙정부가) 어떤 지원을 해야 할지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최예슬 이성훈 정우진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