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된 신천지 교육생 호소의 글…“빨리 탈퇴해!”

입력 2020-03-03 17:27

“나도 이단에 속을 줄 몰랐어요. 20대 취업준비생들이 많았어요. 힘들고, 순진한 사람들 포교하는 신천지 행동이 너무 역겨워요.”

대구에서 신천지 교육생 명단에 포함돼 자가격리 중인 신천지 교육생 A씨의 고백이다. A씨는 지난달 14일 신천지를 탈퇴했다. ‘코로나19’ 검사를 앞둔 그는 신천지를 만난 과정부터 수업방식, 탈퇴까지 일련의 과정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털어놨다. 신천지인 것을 모르고 교육을 받고있는 다른 교육생들과 신천지 포교방법에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이 우려해서였다.

A씨는 지난해 11월, 우울하고 힘든 시기를 겪었다. ‘재능기부로 상담해주는 사람이있다’는 엄마의 권유에 상담사를 만나게 됐다. 상담사는 A씨에게 심리테스트를 진행했다. 상담결과를 바탕으로 상담사는 “영적으로 묶여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성격 등 좋은 점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반 상담보다 종교상담을 진행해야 쉽고 빠른 변화를 가져올수 있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만난 상담사는 처음엔 일반 상담을 진행했다. 며칠이 지나자 성경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2주 뒤, 상담사는 A씨에게 “비밀리에 하는 프로젝트 팀이 있다”고 소개했다. A씨는 “프로젝트팀에 들어가기 위해 면접을 봤고,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 작성을 한 뒤 신청서를 제출하고 그곳에 들어가게 됐다”고 고백했다.


A씨는 대구 두루역 인근에 있는 (신천지) 센터에 다녔다고 했다. 건물에는 간판이 없었다. 교실처럼 돼 있는 내부에는 대략 200여명이 모여 있었다. 자신은 센터 내 4층을 사용했는데 3층엔 자신보다 늦게 들어온 후배들이 있었다고 했다.

강의는 월,화,목,금요일 진행됐다. 오전반은 10시~13시, 저녁반은 19시~22시,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특강도 진행됐다. 교육생들은 노트필기 후, 파브루타(옆 사람에게 배운 내용을 설명하는 것)도 했다. 노트필기는 집에 들고 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오리엔테이션 때 주변에 알리지 말 것과 거질말을 하면서까지 (센터에) 나오라고 강요받았다”고 했다. 지켜야 할 규칙도 있었다. 10분 일찍 도착하기, 보강, 디지털디톡스, 기도문 짝꿍에게 보내기, 팀장에게 성경 묵상한 거 보내기, 기도하기였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지키지 못하면 벌금(500원, 디지털디톡스는 1000원)을 내야 했다.


A씨는 자신이 아르바이트 하는 장소 옆에 있는 교회 정문에 붙여진 ‘신천지 출입금지’ 관련 내용을 봤다. 자신이 다니는 센터 내용과 너무나 흡사했다. 그날 센터에서 만난 전도사님은 A씨에게 “여기는 절대 네가 생각하는 사이비, 이단이 아니다”라며 1시간 동안 상담을 진행했다.

의구심이 남았던 A씨는 포털사이트와 유튜브를 통해 신천지 특징을 검색했다. 그러던 중 지난 2일 신천지 2인자로 불린 이만희 교주 아내 김남희씨의 유튜브 폭로와 신천지에 관한 기사를 본 뒤 탈퇴를 결심했다고 했다. “신천지 나가면 지옥 가는 거 아닌가”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는 탈퇴를 강행했다.

탈퇴 후에 신천지 측으로부터 받은 문자도 공개했다.


A씨는 팀장이라고 저장된 사람에게 “더 이상 다니고 싶지 않다. 자신을 붙잡지 말고 만약 찾아오거나 전화하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팀장은 “어떤 게 미심쩍냐면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문자에서는 강사로 추정되는 사람이 “그동안 잘 배워왔는데 이단이라고 왜 오해를 하는거냐”며 “이야기를 하자”고 문자를 남겼다.

A씨는 “나도 이단에 속을 줄 몰랐다”면서 “나처럼 힘들고, 순진한 사람들 포교하는 행동이 너무 역겹다”고 한탄했다. 아직도 그곳에 남아있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을까. 그는 신천지의 포교방법과 관련된 영상 링크를 모아 함께 게재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그곳에는 20대 특히 취준생이 많았다. 성경을 모르고 와서 오전, 오후반을 다 나올 정도로 열심히 하던 분도 있었다. 그분들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다”면서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허망하다. 나는 빨리 나와서 피해는 없지만 다른 분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