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을 향한 여권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개회의에서 신천지와 미래통합당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신천지 때리기’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지 않자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신천지를 부각시키며 집권여당 책임론을 희석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3일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의 전날 기자회견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온 국민이 이씨 발언을 지켜봤다. 확진자가 4000명이 넘는 상황에서 신천지는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 10명 중 8명이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찬성할 정도로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며 “당국도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거듭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신천지와 미래통합당의 연관 가능성을 거론하며 “특정 정당과의 유착관계에 대한 국민적 의혹에 대해 명백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며 “이는 적당히 덮어두고 넘어갈 일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씨가 기자회견에 박근혜 전 대통령 명의가 새겨진 청와대 시계를 착용하고 나오자 제기된 의혹을 언급한 것이다. 조 정책위의장은 “신천지가 협조하지 않으면 행정력 동원한 강제력 있는 조치 역시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내지도부가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를 압박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은 직접 행동에 나서며 ‘존재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씨를 살인죄로 고발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정치적인 쇼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말 한가한 분들이 하는 이야기”라며 부인했다. 박 시장은 “순식간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다. 형법상 살인죄와 상해죄까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도 YTN 라디오에서 “엄중하고 긴급한 상황을 호소하고 촉구한 메시지”라며 거들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씨가 한밤의 추격전을 벌이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전날 이 지사는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거부하는 이씨를 잡기 위해 보건소와 소방서 관계자, 경찰과 함께 경기도 가평의 신천지 별장으로 향했다. 이 지사가 도착하기 전 먼저 떠난 이씨는 신천지 본부가 있는 과천의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받았다. 이를 두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의 권경애 변호사는 “감염병 재난 정국에서 튀어 보려는 정치인들의 별별 공포스런 쇼맨십이 난무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여권의 ‘신천지 때리기’는 책임 전가 성격이 강하다고 비판한다. 정부의 방역체계가 미흡했음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방역과 치료다. 여당에서 신천지 언급 빈도를 높이는 것은 전략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 소장은 “세월호 사고 당시 정부 구원파에 비판 여론이 집중됐던 것처럼 책임 회피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초조함이 나온 것이라고 본다. 세월호 사고 때 유병언 회장에 책임을 뒤집어씌우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신천지에도 물론 책임이 있지만 초기에 신천지 집단 감염을 막지 못했던 정부 방역체계에 대한 책임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가현 박재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