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화요일 직전 ‘바이든vs샌더스’ 구도…또 조작설 꺼낸 트럼프

입력 2020-03-03 16:40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오른쪽)

미국 민주당 중도파가 ‘슈퍼 화요일’ 경선을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로 교통정리를 끝냈다. 민주당 경선 판도가 중도·온건파의 바이든과 진보·급진파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양강 구도로 급격히 재편된 것이다. 뒤늦게 경선에 뛰어들어 막대한 자금력으로 공격적인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슈퍼 화요일부터 선거를 치르는 만큼 그가 다크호스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미 뉴욕타임스(NYT), 악시오스 등은 중도파 후보로 분류됐던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이날 경선 하차 의사를 밝히고 바이든 전 부통령의 텍사스주 댈러스 선거유세에 합류해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클로버샤 의원은 지지 이유에 대해 “우리가 민주당을 4개월 더 분열시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더 이 나라를 분열시키는 모습을 봐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날 경선 도전을 접은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도 댈러스 유세에 참석해 바이든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원로 정치인들과 기부자들도 줄줄이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해리 리드 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악시오스에 “민주당은 트럼프를 이길, 트럼프가 남긴 상처에서 벗어나 미국을 이끌어 갈 크고 다양성 있는 연합을 구성할 능력이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며 “바이든은 그 적임자”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과 유엔 대사를 지낸 수전 라이스도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아직 공개적으로 바이든 지지 의사를 밝히진 않았으나 바이든을 최종 후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거액 기부자들도 바이든에게 지지를 보내며 다른 이들의 동참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주류파를 형성하고 있는 온건·중도 세력이 급작스럽게 바이든을 중심으로 결집한 건 샌더스 의원에 대한 견제 의미가 크다. 미 현지에서는 ‘사회주의자’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 급진 성향의 샌더스가 민주당 최종 후보에 오를 경우 중도 유권자들의 표를 확보할 수 없어 11월 본선에서 트럼프에게 패배할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2016년 민주당 경선 때와 마찬가지로 표몰이를 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샌더스가 14개주에서 한꺼번에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에서까지 승리할 경우 그의 독주를 더 이상 막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간 민주당 주류파 내부에서는 바이든과 부티지지, 클로버샤 등 중도파 후보가 난립하면서 샌더스 견제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뒤늦게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또 다른 중도파 후보 블룸버그 전 시장이 슈퍼 화요일에 얼마나 표몰이를 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몰린다. 세계 9위의 대부호인 블룸버그는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펼치며 민주당 경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그가 지난 3개월 동안 쏟아부은 선거자금은 6억2000만 달러(약 7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도 샌더스, 바이든에 이은 지지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를 향한 민주당 주류 중도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악시오스는 이들이 블룸버그를 경선판에서 내쫓아야할 이상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바이든은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블룸버그는 민주당원이 아니다”며 공세를 강화했다. CNN은 블룸버그가 슈퍼 화요일에 부진한 성적을 거둘 경우 경선 도전을 포기하고 바이든을 지지하라는 거센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대선 프레임을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의 대결로 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트럼프 진영은 선명한 이념색을 지닌 샌더스가 민주당 최종 후보가 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샌더스를 다른 민주당 후보들에 비해 손쉬운 상대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 경선 조작설을 수차례 제기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차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주류가 샌더스를 막기 위해 경선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티지지와 클로버샤의 바이든 지지 선언에 대해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행정부 고위직을 약속받았을 것”이라고 폄훼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