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게이트’ 탓? 게시글‧댓글에 국적 표시하자는 통합당

입력 2020-03-03 16:07
박성중 미래통합당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미디어특별위원회가 코로나19 사태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가짜뉴스를 차단하겠다며 포털사이트에 이용자의 국적을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을 때 불확실한 국적 정보 수집 우려와 포털 업계에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접수된 바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성중 통합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인터넷상에서 중국에 의한 인터넷 여론조작, 일명 ‘차이나게이트’ 의혹이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며 “온라인 게시글 및 댓글 등의 수단으로 정보를 유통할 경우 네이버, 카카오 등 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국적이나 국가명을 함께 표시하도록 하고, 주무관청에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관련 자료를 제출함과 동시에 자료를 보관할 의무를 부과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나는 조선족이다. 진실을 말하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현 정권이나 중국을 옹호하는 극단적인 친문(친문재인) 네티즌 상당수가 조선족이다” “조선족과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네이버 기사의 베스트 댓글과 여성 위주의 카페에 올라오는 댓글을 조작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통합당 미디어특위는 “특정 국가 출신 개인이나 단체에 의한 온라인상의 여론 왜곡‧조작을 사전에 막고 ‘차이나게이트’ 의혹으로 걱정하는 다수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다만 게시글 작성자의 국적을 표시하는 것은 ‘외국인 혐오’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싱 방지 목적이 아닌 정치적 의도가 개입할 수 있는 국적 확인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또 이용자가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우회 접속할 경우 불확실한 국적 정보가 수집될 우려도 있다.

앞서 2018년 7월 홍철호 통합당 의원이 인터넷 이용자의 게시글이나 댓글에 국적을 함께 표시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을 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개정안에 한계가 있다는 내용의 검토 보고서를 냈다. 과방위는 보고서에서 “메일주소, 게시글, 댓글 등에 IP주소 정보를 통한 국적 표기만으로는 전자우편을 통한 해킹 시도에 대한 차단 여부가 불확실할 수 있고, 사업자에게 서비스 제공 시 IP주소를 의무적으로 수집해 보관하도록 한다면 사업자에게는 경제적·기술적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포털 업계 관계자도 “이용자의 접속 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것 자체가 비용이 발생할 뿐더러 업계에 과도한 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이라며 “이용자의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