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수요가 늘었지만 공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을 악용해 매점・매석 및 무자료 대량 거래 등이 판을 치고 있다. 국세청은 이들을 찾아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자체 현장 점검과 정부 합동단속 결과를 바탕으로 매점·매석이나 세금탈루 혐의가 있는 마스크 온라인 판매상과 2·3차 유통업체 52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마스크 대란이 시작되던 지난 1월 이후 마스크를 집중 매입한 뒤 비싼 값에 세금을 내지 않고 거래하거나 외국으로 반출한 업자 등이 대상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매진으로 표기하고 개인SNS 등을 통해 현금거래 조건으로 마스크를 고가에 판 이들도 조사를 받는다.
유통업자 아들에게만 마스크 준 공장장 아빠
마스크 공장을 운영하는 A씨는 마스크 가격이 급등하자 기존 거래처 공급을 끊었다. 모든 물량(약 350만개)은 A씨 아들의 유통회사로 흘러갔다. 아들에게는 평소보다 반값(공급가 개당300원·일반가 750원)이나 싸게 넘겼다.
아들은 마스크를 자신의 유통업체 온라인 홈페이지나 지역 온라인 카페 공동구매 등을 통해 내다 팔았다. 가격은 평소보다 12배에서 15배(3500원~4500원) 가량 뻥튀기했다. 대금은 자신의 자녀와 배우자 명의 차명계좌로 받았다.
국세청은 이들 부자의 무자료 현금판매 혐의와 더불어 과거 친인척 등에게 지급한 부당급여, 페이퍼컴퍼니(물리적 실체 없이 서류상 존재하는 기업)를 통한 거짓 세금계산서 수취 혐의 등까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우리도 마스크 팝니다’… 갑자기?
산업용 건축자재 등을 유통하는 B업체에서 최근 느닷없이 보건용 마스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세청은 이들이 코로나19사태가 불거진 후 보건용 마스크 약 300만개(약 20억원 상당·개당 700원)를 집중 매집한 것으로 파악했다. B업체는 사재기한 마스크를 자사 물류창고에서 구입가의 5~6배(3500원~4000원)를 받고 판매했다. 마스크를 사려면 현금을 내야했고, 거래 증빙을 요구해서는 안 됐다. 그렇다 보니 B업체보다 힘이 없는 소규모 업체와 주로 거래했다.
국세청은 B업체를 상대로 최근 5년간의 누락 매출, 거짓 세금계산서를 통한 탈루 혐의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품절’이라더니… 메시지 보내면 재고 있음?
C업체는 주로 물티슈 같은 생활용품을 온라인에서 팔았다. 마스크 수요가 늘어나자 C업체는 급하게 마스크를 대량 매입(50만개·개당 700원)하고 오픈마켓에 상품을 올렸다. 하지만 소비자가 구매를 하려하면 돌연 품절이 됐다. 주문은 접수됐으나 일방적으로 접수를 취소하고 ‘구매하려는 고객이 몰려 빠르게 품절됐다’고 안내했다.
이들은 마스크가 필요했던 소비자의 조급함과 불안함을 자극한 뒤 ‘비밀댓글’을 유도했다. 판매자와 구매자만 볼 수 있는 공간에서 매입가의 약 5~7배(3800원∼4600원)를 제시했다. 현금으로만 판매했다.
국세청은 C업체의 무자료 거래 내역, 과거 배우자가 대표인 법인 등으로부터 거짓 세금계산서를 찾아냈다. 탈루한 소득을 미성년자 자녀 명의 차명계좌로 관리한 혐의 등을 조사하고 있다.
자사 쇼핑몰 아닌 중고나라에 올린 이유
의약외품을 도소매하는 D업체는 지금까지 미세먼지 차단용으로 마스크를 소량 취급해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를 대거(20만개·개당 800원) 사들인 뒤 자신의 쇼핑몰이 아닌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렸다. 현금만 받기 위해서다. 이들은 구매 수량에 따라 가격을 조정해 마스크 1개당 3500원~5000원을 받고 팔았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조사 대상 업체들의 마스크 사재기 관련 매출 누락, 무자료 거래, 세금계산서 미발급 등 유통질서 문란 행위와 탈루 혐의를 조사할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 과거 5개 사업연도 전체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자료 은닉이나 파기, 이중장부 작성 등 조세포탈 행위가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