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역유입을 막겠다며 한국 등 일부 국가의 입국자 전원을 14일간 지정 장소에 강제로 격리하는 중국 도시가 늘고 있다. 이전까지는 중국 광둥성 광저우(廣州)와 선전(深圳), 장쑤성 난징(南京)시가 14일 강제 격리를 했으나 저장성 이우(義烏)시도 강제 격리를 시작하며 그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3일 한국 외교 소식통과 교민들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잡화 도매시장이 있는 저장성 이우시도 한국, 일본, 이탈리아 등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나라에서 입국하는 사람을 일률적으로 14일간 지정된 호텔에 격리하기 시작했다. 격리는 해당 국가에서 온 외국인과 중국인 모두에게 적용된다.
현재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증상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14일간 격리하는 중국 내 도시에는 광저우시와 선전시, 난징시가 있다. 여기에 이우시까지 추가된 것이다.
2일 하루 동안 광저우에 도착한 한국인 승객은 300여명에 달한다. 또 난징과 이우시의 지정 시설에 격리된 한국 국민은 각각 150여명, 70여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내 도시들이 강제 격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지정 시설에 격리된 한국인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도시들이 ‘역유입 차단’을 주장하며 방역 수위를 높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2일 하루 중국의 신규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125명으로 확진자의 증가세가 많이 누그러졌다. 중국 정부가 지난 1월 21일 코로나19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또 우한(武漢) 등 후베이성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신규 환자가 11명만 나왔다.
이런 이유를 들어 중국은 한국과 이란, 이탈리아 등 타국가에서 코로나19가 역유입 되는 것을 막겠다며 해당 국가의 입국자를 상대로 한 방역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광저우, 선전, 난징, 이우에서 이뤄지고 있는 최고 수준의 방역 조치가 다른 도시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입국 후 전원 강제 격리는 아니더라도 중국의 많은 도시는 이미 한국에서 온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사람들에 대한 관리가 전반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지역 간 차이는 있지만 현재 중국 대부분의 도시가 한국 등 주요 국가에서 온 이들에게 지정 시설 또는 본인의 거주지에서 최소 14일간의 격리 생활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상하이(上海) 등 일부 도시는 최근까지 대구·경북 지역 방문 이력이 없는 한국발 입국자들에게는 자가 격리 대신 14일간 체온 등을 측정해 보고하도록 하는 완화된 건강 관찰 제도를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민들에 따르면 상하이시도 전날 밤부터 관내 공항에 도착한 한국발 입국자들에게 예외 없이 최소 자가 격리 조치를 하도록 요구 중이다.
중국 내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중앙정부 차원의 큰 지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수도 베이징시도 전날 상무위원회 회의를 열고 ‘질병 상황이 심각한 국가’에서 들어온 사람은 반드시 14일간 자가 또는 강제 격리를 뜻하는 ‘집중 관찰’을 해야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베이징시는 “통일 영도, 통일 지휘” 방침을 강조하며 이번 지침을 강력히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다만 광둥성 정부가 2일부터 한국발 입국자의 강제 격리 비용을 승객에게 부담시키겠다는 방침을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코로나19 핵산 검사 결과가 음성이어도 지정된 호텔에서 무조건 14일간 격리돼있어야 함에도 60만원에 달하는 호텔 격리 비용을 자비로 낼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은 중국 정부가 이 비용을 부담해왔으나 광둥성 지방 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중국 전염병예방치료법 제40조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관련 조항에는 “격리 조치를 시행한 인민 정부는 격리된 사람에게 격리 기간 생활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이 조항을 들어 한국 정부가 강력히 항의하자 결국 광둥성 정부는 ‘격리 비용 자비 부담’ 입장을 철회하고 14일 격리 기간 동안의 호텔 등 비용을 무료로 할 것을 약속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우리 측이 광둥성에 호텔 격리 시 비용 문제와 관련해 강하게 항의를 제기해 광둥성이 무료로 해주겠다고 회신해왔다”며 “난징 등 다른 지역의 호텔 격리 시 자비 부담 문제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