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 랭킹 25위 도약, 올림픽 메달 ‘윙크’

입력 2020-03-03 12:12 수정 2020-03-03 12:57
임성재가 2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에서 열린 2019-2020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 클래식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임성재(22)가 남자골프 세계 랭킹 20위대로 도약했다. 올 시즌 상금 랭킹의 경우 최상위권인 3위로 치솟았다. 지금의 기량을 유지하면 2020 도쿄올림픽 본선행은 유력하다. 메달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임성재는 3일(한국시간) 발표된 3월 1주차 남자골프 순위에서 평균 랭킹 포인트 3.6089점을 기록해 25위에 올랐다. 지난주 랭킹은 34위였다. 1주일 사이에 무려 8계단이나 약진했다. 2018-2019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입회한 뒤 최고 순위는 32위였다. 20위대 진입은 처음이다.

임성재는 전날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에서 폐막한 PGA 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투어 2년차에 첫 승을 신고하고 상금 126만 달러(약 15억원)를 수확했다. 그 결과로 올 시즌 상금 누적액을 322만468달러(약 38억4000만원)로 늘렸다. 상금 랭킹 3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임성재의 올림픽 남자골프 본선행은 이미 낙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림픽 골프 본선 진출권은 오는 6월 말 랭킹으로 선별해 주어진다. 남녀부에서 각각 60명이 출전하는데, 국가별로 2장씩 배분된다. 다만 세계 랭킹 15위 안에 있는 선수를 상당수 보유한 여자부의 한국, 남자부의 미국은 최대 4명까지 본선에 출전할 수 있다.

임성재의 랭킹은 국내 1위, 아시아 2위에 해당한다. 임성재와 함께 한국의 올림픽 주자로 거론되는 국내 2위로 안병훈은 세계 랭킹 47위에 자리해 임성재와 22계단 간격으로 벌어져 있다. 현재 한국의 올림픽 본선행 ‘커트라인’은 안병훈까지다.

임성재가 순위를 꾸준하게 올려 20위권 안으로 진입하면 더 큰 목표를 잡을 수 있다. 바로 올림픽 메달이다. 임성재의 올해 상승세는 세계 랭킹보다 상금 랭킹을 보면 더 선명한 근거를 얻을 수 있다.

남자골프 세계 랭킹은 최근 2년(104주)의 성적을 반영한다. 다만 기간마다 다른 가중치가 부여된다. 당연히 최근 성적이 중요하다. 가장 최근 13주의 성적은 100%로 인정되고, 그 이전의 성적은 주마다 92분의 1(약 1.09%) 비율로 감산된다.

반면 상금 랭킹은 올 시즌의 누적액만을 반영한다. 우승하지 못해도 꾸준하게 ‘톱5’ 혹은 ‘톱10’과 같은 상위권에 진입하면 상금 랭킹을 높일 수 있다.

임성재는 올해로 넘어와 자신의 최고 성적을 준우승·우승으로 점차 끌어올렸고, 그 결과로 상금 랭킹이 상승했다. 어려운 도전이지만, 올림픽 메달이 마냥 불가능하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임성재의 앞에는 올 시즌 2승을 수확한 저스틴 토머스(421만4477달러·미국), 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350만1990달러·북아일랜드)뿐이다.

남자골프 세계 랭킹 판세 변화도 임성재의 올림픽 도전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남자 골프의 패권은 미국에서 유럽으로 넘어갔다. 랭킹 1위 매킬로이, 2위 욘 람(스페인)은 모두 유럽 선수다.

지난달 10일까지 랭킹 1위를 질주했던 미국의 ‘1인자’ 브룩스 켑카(미국)는 3위로 밀려났다. 그 뒤에서 저스틴 토머스, 더스틴 존슨, 패트릭 켄틀레이와 같은 미국 주자들이 4~6위에서 뒤쫓고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과 유럽의 양강 구도가 시작된 셈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경우 최근 재기에 성공해 가까스로 진입한 10위권에서 다시 밖으로 밀려났다. 이날 한 계단 하락한 11위에 랭크됐다. 미국 내 7위에 해당한다. 미국의 올림픽 커트라인을 붙잡고 있는 6위 켄들레이와 5계단 간격으로 다소 멀어졌다.

다만 존슨이 올림픽 본선 불출전을 선언하면서 우즈에게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존슨의 매니저 데이비드 윙클은 이날 미국 골프매체 골프위크와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고 PGA 투어 플레이오프 출전을 위해 전념하겠다. 올림픽도 중요하지만 투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존슨은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존슨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도 브라질에서 확산된 지카바이러스를 이유로 출전하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