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재고 제로” 비접촉식 체온계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

입력 2020-03-03 10:32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관계자들이 방문객 등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림에 따라 이날부터 출입통제 등 대응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주문할 곳이야 많죠, 제약사가 많으니까. 근데 클릭해보면 다 재고가 ‘0’이에요.”

서울 동작구의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 A씨(59)는 3일 헛웃음을 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마스크뿐 아니라 발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비접촉식 체온계의 품귀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비접촉식 체온계는 직접적인 신체 접촉 없이도 체온 측정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접촉식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크게 늘었다. A씨는 “비접촉식 체온계는 비싼 가격 탓에 원래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상품이지만 요즘은 주변 가게에서 매일 10여건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미 약국이나 의료기상사에서는 비접촉식 체온계가 귀한 몸이 된 지 오래다. A씨는 “3,4대 가지고 있던 재고는 이미 지난 1월 말에 소진됐다”며 “이후 약사 전용 쇼핑몰, 제약사 등을 통해 추가 주문을 하려 했지만 하나같이 재고가 없어 실패했다”고 밝혔다. 서초구 소재 약국을 운영하는 이남순(73) 약사는 “3월 중순쯤에나 입고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생산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비접촉식 체온계 생산업체 관계자는 “대수로는 매일 5000만대 이상 문의가 들어온다”며 “이 중 90% 이상인 중국 수출용 주문은 모두 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평소 대비 인력을 30~60% 더 투입해 생산 공정을 2배로 늘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작업숙련도 등 문제로 인해 무작정 더 인력을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마음이 급한 것은 일선 관공서다. 불특정 다수 출입자의 체온을 재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대표적이다. 예산은 있지만 물량이 없어 문제다. 경찰 관계자는 “물건이 들어오면 연락해달라고 생산업체 등에 부탁해둔 상태”라며 “약국에서도 구하기 힘든데, 우리라고 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구대 팀장은 “사비로라도 사려고 수소문했으나 하나도 못 구했다”고 털어놨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상황도 녹록치 않다. 당장 인터넷 카페 등을 중심으로 ‘구청에서 비접촉 체온계를 비치하라는데 이 상황에 어디서 구하냐’ ‘하루 만에 4만원이 올랐다’는 식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는 정가에 5,6만원씩 웃돈을 얹은 거래도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다. 정가 7만9000원짜리 상품이 인터넷 쇼핑몰에선 3배가 넘는 26만2360원에 판매되고 있는 사례도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가격 동향을 파악하고 제조업체와 협의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매점매석이나 사재기 신고가 들어오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