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 찔린 이만희, 내부결속 위해 무릎 꿇은 것”

입력 2020-03-03 09:52
이만희 신천지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평화연수원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큰절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신현욱 구리 이단상담소 소장과 윤재덕 종말론사무소 소장이 이만희 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 총회장의 기자회견을 비판했다.

윤 소장은 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연 이유를 추론했다. 그는 “6만 5000명 교육생 명단 제출이 핵심 키워드다. 명단을 제출하며 정부 방침에 잘 따르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며 “검찰 요구에 포함된 압수수색은 안된다는 제스처였다. 또 명단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기자회견이 있지 않았는가 싶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윤 소장의 추론에 동의하며 “비판적 여론을 가라앉혀야 하겠다는 현실적 요구가 있었을 것 같다. 또 신천지 신도들의 동요를 막고자 하는 의도도 그에 못지않게 비중을 뒀을 거다”라며 “지도부는 건재하다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소장은 이어 “기자회견 개최가 이 총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사회자와 옆에 있는 비서가 통제하는 모습을 우리가 여러 차례 확인하지 않았나”라며 “지도부의 결정이지 이 총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신 소장은 이 총회장의 기자회견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혀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며 “지금 이 총회장은 신도들의 동요를 염려하고 걱정한다. 신천지가 조직의 보호나 유지가 중요하지, 국가 또는 국민에 대한 안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며 “말만 ‘잘못했다, 사죄한다’ 이렇게 말하지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다. 뭘 잘못했는지 알고 있다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죄, 용서, 절은 별로 중요치 않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을 빨리빨리 제공해주면서 잘못된 행동을 시정해서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만희 신천지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군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성도들을 향해 쓴 편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윤 소장은 “이 총회장이 약점을 찔렸다”고 추론했다. 그는 “신천지 1100개 시설 공개와 6만 5000명 교육생 명단이 허위가 아니라는 해명을 시도했다. 하지만 명단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부인하기 어려운 근거들과 함께 많이 제기되었다”며 “신천지 36년 역사에서 강제 수사라는 초유의 위기가 걸려 있다. 신천지는 방역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려고 나온 거다”라고 주장했다.

윤 소장은 이 총회장의 기자회견 효과에 대해 “내부 결속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신천지 신도들 입장에서 이 총회장은 우리 가족이다. 아빠가 가족을 위해서 다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은 상황인 거다”라며 “우리 조직을 위해서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긍정적인 반응들이 있었다”고 했다.

신 소장도 “믿음이 좋은 사람들은 통곡하고 감동했을 것이다. 신천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낮추면서 혼자 마치 십자가를 진 것처럼 받아들였을 것이다”라며 “중간 정도의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안타까운 충격, 믿음이 좀 약한 사람들은 부정적인 충격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저같이 총회장의 성격과 됨됨이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저러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마지막으로 압수수색을 요구했다. 그는 “폐쇄적인 집단이 대한민국 사회에 있는 자체가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근거를 드러내고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고 했다.

신 소장은 출석 현황 데이터 확보를 촉구했다. 그는 “출석 현황 데이터가 있었으면 신천지 교육성 명단과 대조해서 쓸데없는 인력 낭비와 시간 낭비를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헛된 데 시간을 많이 쏟고 있다. 압수수색이 가장 필요하다. 많은 증거를 인멸하고 있을 것 같은데 증거 인멸 전에 빨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만희 신천지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가며 기자들을 향해 엄지를 지켜 세우고 있다. 뉴시스

앞서 이 총회장은 지난 2일 경기도 가평에 있는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이비라는 편견이 있지만 우리도 정부에 즉각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제가 변변치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용서해달라. 정말 면목 없다”고 말했다. 그는 취재진 앞에서 큰절하고 또 용서를 구하며 큰절을 한 번 더 했다.

그는 “힘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정부에게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무서운 병이 왔는데 어느 부모가 그냥 보겠냐, 고치고자 하지 않겠냐”며 “(코로나19는) 우리 개인의 일이기 전에 크나큰 재앙이다.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 따질 때가 아니고, 하늘도 돌봐줄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내 사람이나 교파를 떠나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며 “국민과 나라를 위해 해결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조기종식을 바란다”고 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