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아파트 ‘각목 봉쇄’한 중국 이웃들

입력 2020-03-03 06:52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合肥)시의 한 아파트 정문 앞이 각목으로 가로막혀 있다. 연합뉴스= 안후이성 교민 제공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사는 한국인 A씨는 최근 자택에 들어간 뒤 집 현관문이 막혀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무서운 경험을 했다. 이웃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A씨의 아파트 문이 열리지 못하게 각목을 대고 못을 박아 놓았기 때문이다.

3일 SNS와 안후이성 교민의 말을 종합해보면 그곳 시민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국 교민에게 벌인 일은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A씨는 최근 한국에서 중국으로 돌아갔다.

중국 상하이 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가 외국인들에게 임시 출입증을 발급해주기 위해 받는 서류. 서류에는 최근 한국의 대구·경북 방문 이력이나 대구·경북 방문 이력자와의 접촉 여부 등 한국에 관한 질문 항목이 주로 적혀 있다. 연합뉴스


A씨의 귀가 소식에 이웃들은 문 앞에 각목을 받쳐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상황을 찍은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 교민들 사이에 퍼졌다. A씨가 최근 지정된 격리 호텔을 나와 자택으로 돌아오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이웃들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A씨는 집에서 자가 격리하겠다는 입장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合肥)시의 한 아파트 정문 앞이 각목으로 가로막혀 있다. 연합뉴스= 안후이성 교민 제공


최근 중국에서는 외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을 상대로 자가 격리를 준수하는지 확인하겠다며 문틈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심지어는 사람이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이 열리면 소리가 울리도록 경보기를 달아 놓는 사례도 있다.

현재 A씨는 회사 동료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했고, 현재는 문 앞의 각목을 제거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입국한 한국인을 상대로 일정 기간 격리를 하는 등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상하이 아파트 단지에서는 색이 다른 임시 출입증으로 중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 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가 새로 발급한 한국인 등 외국인 대상 임시 출입증. 연합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