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전국의 대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모금 운동 소식이 들리고 있다. 학생들은 밥값과 교통비 등을 아껴 모은 돈을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대구에, 또 사투 중인 의료진에 기부하고 있다.
대학가를 휩쓰는 기부 바람의 시작이 된 건 경희대생 3명의 제안이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을 위해 모금운동을 하자는 글을 올렸다. 당시 목표는 딱 50만원. 하지만 모금에 나선 지 나흘 만에 누적액이 4000만원을 넘어서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국민일보는 용기 있는 제안을 한 문수현·박민희·송유빈(22) 3명의 경희대생과 지난달 29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기사의 중심이 우리가 아니라 학우 전체가 됐으면 좋겠다”며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응했다.
- 모금운동 제안하게 된 계기는
“사실 되게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했어요. 동네에서 손수레 끄는 어르신들한테 마스크를 드리려고 샀는데 이미 가지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이 기부하는 건 허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더 체계적으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친한 친구 두명을 불러 ‘대학교 모금 운동’을 만들기로 했어요. 이후에는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려 학생들을 모으기 시작한 거예요. 처음에는 많이 걱정했어요. 사기꾼으로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그래서 ‘경희대 모금 채팅방’을 만든 다음, 익명에서 실명제로 바꿨어요. 확실히 익명일 때는 기부금이 별로 안 모였지만 실명제로 바꾸자마자 기부금이 많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 기부금은 얼마 정도 모였는지
“26일 처음 시작했는데 100만원이 들어왔어요. 애초 계획은 50만원 기부였으니까 이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27일부터 몇몇 홈페이지에 저희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기부금이 많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처음 글을 올린 에브리타임에서도 ‘기부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게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26일에 100만원을 시작으로 27일 1200만원, 28일에는 2000만원이 모였어요. 지금도 계속 기부금이 모이고 있어요.”
- 학생들은 얼마 정도 기부하나요
“사실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서 말씀드리는 게 조심스럽지만 5000원부터 1만원, 3만원 다양하게 기부하고 있어요. 기부금이 커지다 보니 5만원, 10만원 하는 사람도 생기고 어떤 분은 100만원을 기부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죠.”
- 모금하면서 걱정이나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모금 금액이 1000만원을 넘으면 당국에 미리 신고해야 하는데 당연히 안 넘을 줄 알고 신고를 안 했거든요. 600만원이 넘으면서 ‘모금 신고를 할 걸 그랬나’ 하고 겁이 났어요. 따로 검색해보니 벌금을 낸다고 하더라고요. 27일에 1000만원이 넘자마자 깜짝 놀라서 무작정 동네 관청에 찾아갔어요. 담당자 설명이 처음에는 ‘불법이기 때문에 기부금을 다 돌려줘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정말 청천벽력 같았죠. 그런데 두 시간 뒤 다시 연락이 왔는데 ‘학생 신분이면 신고를 안 해도 된다’고 말씀하셔서 진행할 수 있었어요. 다만 재학생이나 동문이 아닌 외부인에게 모금을 권하거나 홍보할 수는 없다고 하더군요. 그 점은 아쉬웠습니다.”
- 모금한 돈은 어떻게 사용했는지
“27일 오전 9시에 ‘경희대학교 학생 일동’으로 계명대학교 대구 동산병원에 100만원을 전달했어요. 그게 1차 전달이에요. 지역거점병원이기도 하고 확진자가 많이 모이고 있어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같은 날 오후 5시에 2차로 모금 단톡방 투표 1순위인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 1000만원을 전달하고, 그 다음에는 확진자가 제일 많다는 대구의료원에 1000만원을 전달하기로 계획했어요. 하지만 대한적십자 측에서 대구의료원에 돈으로 직접 전달하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 대한적십자에 기부했어요. 그곳에서 마스크와 방호복을 전달한다고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3차 전달은 3월 3일에 할 계획인데 아직 금액이랑 기관은 정해지지 않았어요. 지금으로서는 3000만원 기부하는 것이 목표예요. 이번에는 기부금을 직접 전달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고 모금 단톡방에 있는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는 상황입니다.”
- 향후 계획은
“일단 첫 번째 목표는 3차 기부금까지 전달하는 거예요. 4차 기부금까지는 이어지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상황 보고 유동적으로 정하려고요. 현재 경희대학교 기부 소식이 퍼져 전국 대학교들 또한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몇몇 학교 관계자들이 전화로 연락을 해왔어요. 어떤 방식으로 모금 운동을 하는지 물어보더라고요. 경희대학교가 주인공이 되어 좋은 현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기쁘고 동참해준 모든 학우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유승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