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가 불법 콜택시 영업이 아니라는 1심 판결을 계기로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 정책에 맞춰 택시 면허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를 준비해온 업체들은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면서도 ‘타다식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는 등 다각적으로 전략마련에 나서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택시면허를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해오던 카카오모빌리티는 타다 합법화 상황을 염두해 이른바 ‘기포카(기사 포함 렌터카)’ 서비스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법원 판결과 관련 법 통과 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양한 렌트카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항소로 2심 판결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지만 변수가 발생한 만큼 일찌감치 사업 구상에 나선 모습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기포카’ 서비스 검토에 나선 이유는 택시 면허를 매입해야 하는 것보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비용과 절차 면에서 서비스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타다식 서비스가 합법화될 경우 지난해 12월 출범한 대형승합택시 서비스 ‘카카오벤티’ 운영에도 택시 면허가 필요 없어진다. 벤티는 타다와 유사해보이지만 택시면허 취득 또는 제휴를 통해 사업을 전개해왔기 때문에 진행이 더뎠다. 카카오는 지난해 택시회사 9곳을 인수하면서 수차례 설명회를 열고 설득 작업에 나서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사업 체질 개선을 꾀하는 동시에 타다금지법 통과를 위한 노력에도 동참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와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 코나투스(반반택시), 벅시, 벅시부산, 위모빌리티, 티원모빌리티 등 7개 업체는 지난 27일 공동성명을 통해 타다금지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 개정안이 택시와 모빌리티 업계, 정부 등이 회의와 논쟁을 거쳐 어렵게 마련한 것인 만큼 통과에 힘을 모은다는 입장이다. 모빌리티 업계는 법안이 통과 돼야 제도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투자를 이끌어내는 등 도약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타다 측은 1심 판결로 사업에 탄력을 받은 만큼 이 분위기를 끌어가려는 모습이다. 타다 운영사인 VCNC와 모기업 쏘카는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다. 이르면 다음 달 타다 증차 계획 등을 포함한 미래 비전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전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타다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한 번 하려고 한다”며 “특정기업의 적법한 서비스를 하루 아침에 불법으로 만드는 법안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회에 계류 중인 타다금지법 처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오는 4일 국회 법사위에 상정될 전망이지만 법원 판결을 고려해 수정 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법사위 위원들도 개정안이 일부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정부 역시 의견을 정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타다를 금지한 내용만 삭제하고, 택시 개편 방안 내용은 통과시키는 방향으로 법사위가 수정 처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수정을 위해 법사위 2소위로 넘어가게 된다면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할 때 이번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