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한다”며 절한 이만희… “코로나 잘 몰라, 하늘이 도와줄 것“

입력 2020-03-02 18:07 수정 2020-03-02 20:05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사죄의 큰절을 하고 있다. 가평=윤성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슈퍼전파지로 지목된 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 교주 이만희(89)씨가 2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면목 없다. 사죄를 구하겠다”며 큰절을 했다. 이씨는 그러면서도 “코로나가 뭔지 잘 모른다”거나 “하나님이 돌봐주실 것”이라는 등 책임 회피성 발언을 이어갔다.

이씨는 경기 가평군 신천지 별장인 ‘평화의 궁전’ 앞에서 열린 회견에서 “당국에서 지금까지 힘든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해줘 고맙다”며 “고마움과 동시에 정부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회색 정장에 노란색 넥타이를 맨 이씨는 목멘 소리로 “코로나19는 우리 개인의 일이기 전에 크나큰 재앙”이라며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 따질 때가 아니고 하늘도 돌봐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가 모습을 드러낸 건 대구 신천지 집회장에서 31번째 확진자가 나온 지 18일 만이다.

평화의 궁전 앞은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신천지 관계자들과 취재진, 경찰,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 관계자들이 뒤섞여 고성이 오갔다. 신천지는 폐쇄 조치된 궁전 내부가 아닌 야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씨는 “교회라고 하면 지도자는 부모고, 신도는 자녀와 같다”면서 “코로나19 같이 무서운 병이 돌고 있는데 어느 부모가 가만히 보고 있겠냐”면서 지금까지의 대응에 최선을 다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89) 총회장이 자신의 가평 별장 '평화의 궁전'에서 '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가평=윤성호 기자

이씨는 준비해온 특별편지를 읽고 취재진 질문을 받았다. 이씨는 귀가 잘 안 들리는 듯 신천지 관계자가 바로 옆에서 질문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해줘야 답변을 이어갔다. 이씨 옆에 앉은 신천지 관계자는 ‘뒤늦게 기자회견을 연 이유가 뭔지’ ‘코로나19 사태는 마귀가 한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을 이씨에게 전달했다.

이씨는 질문을 듣고도 “(코로나19 검사 후) 양성이 나왔는지 음성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음성이 뭔지 나는 잘 모른다”고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답변 중 이 관계자가 ‘음성이 나왔다’며 귓속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지난 17일부터 여러 곳을 전전했다”는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났다. 이씨는 추가 질문을 하려는 취재진을 향해 “조용히 합시다. 우리는 성인입니다”라며 고함치기도 했다. 이씨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손목시계를 차고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뒤이어 나타난 신천지 본부 관계자들은 그동안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의 답변에 그쳤다. 정근영 신천지 본부 내무부장은 신천지 신도 리스트 고의 누락 의혹에 대해 “우리는 서버를 삭제하지 않았다”며 “질병관리본부에서 신도 리스트를 임의로 대조하는 방식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신창 해외선교부장은 신천지가 공개한 1100여곳 외에도 다른 신천지 집회장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전체 1900여개 부동산 중 공개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곳을 제외하고 공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평군보건소 관계자들이 2일 이만희 신천지증거장막 총회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위해 개인 별장 '평화의 궁전'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신천지 관계자는 보건소 관계자에게 "2~3일 뒤 이씨가 보건소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가평=황윤태 기자

이날 신천지는 최종 음성 판정을 받은 교주 이씨의 검사 결과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경기도 가평 HJ매그놀리아국제병원에서 발행된 진단서에 따르면, 이씨는 코로나19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끝난 후 가평군보건소 관계자들이 검체 채취를 위해 평화의 궁전 내부로 진입하려고 하자 신천지 관계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보건소 관계자는 “한번 더 이씨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다”면서 “이씨가 2~3일 내로 보건소를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평=황윤태 김이현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