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오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서울 충정로우체국을 찾은 조양수(56)씨는 ‘우리 우체국에서는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팻말에 또 허탕을 쳤다. 조씨는 사흘 전부터 약국과 농협 하나로마트, 우체국을 돌아다녔지만 마스크는 매번 동이 나있거나 팔지 않았다고 했다. 조씨는 “지금 쓰고 있는 이 마스크를 사용한 지 2주가 넘었다”고 하소연하며 인근 약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품귀 현상을 빚는 마스크 공급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갈증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농협과 우체국, 약국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마스크 1740만여장이 공급됐지만 마스크는 아직도 부족했다. 판매처마다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해 시민들의 높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하나로마트에는 평일 낮인데도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몰렸다. 마트 측은 당초 “오늘 물량이 확보되지 않아 판매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무작정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섰다. 3시간 넘게 기다린 남모(67)씨는 “마스크 하나 사려고 노인네들이 몇 시간째 추위에 떨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회사원 김모(59)씨는 “점심시간도 포기하고 마스크를 사러 왔다”고 했다. 하나로마트는 오전 10시30분이 넘어서야 입고가 확정됐다며 번호표를 나눠줬다.
농협은 마스크 판매 시간을 오후 2시로 일괄 공지했지만 일선 마트에서는 이처럼 시민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 일찌감치 마감됐다. 하나로마트 신촌점은 오전 10시가 채 되기 전에 220명 대기번호가 꽉 찼다. 마스크를 사지 못한 시민들과 직원 간 실랑이도 이어졌다. 마트 관계자 A씨는 “‘마스크가 언제 얼마나 오냐’ ‘내일은 살 수 있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매일 오전 마스크를 받기 전까지는 판매 가능 수량이 얼마인지 우리도 몰라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국도 종일 마스크를 찾는 손님들로 붐볐다. 이날 용산구의 약국 6곳에 각각 입고된 마스크 50~100매는 10여분 만에 모두 팔렸다. 이후로도 마스크를 찾는 문의가 계속됐지만 약사들은 “모른다.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만 답했다. 약사 A씨(43)는 “도매상에게 택배로 마스크를 받고 있다”며 “언제, 얼마나 배송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국 1곳당 100개를 공급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마스크 수급은 다음 주쯤에나 안정될 것 같다”고 했다.
서울·경기 등의 우체국에서는 마스크를 팔지 않지만 정보 혼선으로 조씨처럼 헛걸음하는 이들이 많았다. 우정사업본부는 여건이 좋지 않은 읍·면 및 대구·청도 지역 1406개 우체국에서만 공적 마스크를 팔고 있다. 그러나 ‘우체국도 공적 판매처’라는 정부 발표를 듣고 착각한 다른 지역 거주민들이 인근 우체국을 찾는 일이 잦았다. 서울 시내 우체국 직원들은 이날 “우체국에서 판매한다고 하지 않았냐” “국민을 우롱하는 거냐”고 항의하는 주민들을 달래기 바빴다.
방극렬 강보현 권민지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