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환자인 아내가 호흡 곤란이 왔는데 12시간 뒤에야 구급차가 왔어요. 대구 지역 확진자들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구 확진자에 대한 보건 당국의 관리가 여전히 미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가격리 중인 코로나19 확진자들의 건강상태가 시시각각 확인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응급 상황에 빠진 환자에 대한 후송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확진자들은 병세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른 채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달 29일 아내와 함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 주민 정모(54)씨는 병상이 없어 현재 자가격리 중이다. 정씨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내가 어제 오전 5시 호흡 곤란과 고열 증세를 보여 119와 보건 당국에 연락했지만 병원에 자리가 없다고 일단 기다리라고 했다”며 “이후 전화를 세 차례나 더 해야 했고 아내는 오후 5시에야 병원에 후송됐다. 12시간 동안 너무 조마조마했다”고 토로했다.
자가격리 중인 환자에 대한 보건 당국의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정씨는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사흘간 보건소에서 먼저 연락 받은 경우는 한 번도 없다”며 “격리된 공간에 있으라고만 하고, 약을 갖다 주거나 병세를 묻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의 다른 확진자 장모(48)씨는 “발열감이 있어도 확진자에게 체온계 등 의료 장비가 따로 지원되지 않아 상태를 제대로 분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장씨 역시 지난달 27일 아내와 함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와 대구시는 지난달 28일부터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직접 전화로 진료하는 ‘24시간 핫라인 전담진료 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또 환자들이 집에서도 불안해하지 않도록 구·군 보건소에서 매일 2회 전화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장씨는 “확진자에 한해 SNS를 통해서라도 보건 당국과 상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의료 인력 부족으로 코로나19 검사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정씨의 딸(22)은 확진 판정을 받은 부모와 같이 살고 있는 자가격리 대상자이지만 아직도 진단검사를 받지 못했다. 정씨는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 딸이 검사 의뢰를 했지만 순서를 기다리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대구의 일부 선별진료소에서는 검사를 받으러 가면 신천지 신도인지부터 묻는 등 아직도 검사가 세심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확진자들은 자가격리 수칙을 최대한 지키려는 모습이었다. 정씨는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있고 모두 각 방을 쓰는 중”이라며 “식사는 근처에 사는 동생이 문 앞까지 가져다주는 음식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움직이는 동선 따라 계속 소독약을 뿌리고 있고, 같이 확진 판정을 받은 아내와도 5m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조민아 양한주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