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광둥성·난징시 한국인 승객 최소 330명 ‘2주간 강제 격리’

입력 2020-03-02 17:26 수정 2020-03-02 17:32
중국 광둥성 선전서 격리된 대구경북 사람들.연합뉴스

중국 광둥성과 장쑤성 난징시가 한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역유입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한국발 항공편 탑승객들에 대해 14일간 강제 격리하는 조치를 전격 시행하고 나섰다.

이날 하루에만 광둥성과 난징에서 최소 330여 명이 강제 격리됐다. 광둥성은 지정된 호텔 등에 격리하는 비용도 자기 부담으로 변경키로 했다.

주광저우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광둥성 정부는 2일부터 한국에서 광저우와 선전 공항 및 항만에 도착하는 모든 승객에 대해 국적 불문하고 14일 격리 조치를 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출발해 광둥성에 도착하면 지정된 장소로 이동한 뒤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받고 음성으로 확인되더라도 지정된 호텔에서 14일 동안 격리된다. 호텔 격리 기간에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60만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광둥성의 강화된 검역 조치에 따라 이날 오전 11시 15분 광저우에 도착한 아시아나 항공편 승객들은 전원 지정 호텔로 이동해 해당 호텔에서 2주간 격리에 들어갔다. 이 항공편에는 총 226명이 탑승했으며 한국인 승객은 178명이다.

또 오후 2시30분 광저우에 도착한 대한항공 승객 114명도 같은 격리 조치에 들어갔으며, 이들 중 한국인 승객은 67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7시 35분 광저우에 도착하는 남방항공에도 한국인 탑승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광저우 총영사관 측은 “광둥성 측이 격리 비용을 자비로 해야 한다고 밝혀 항의하고 있다”며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광둥성 입국 일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쑤성 난징시도 전염병이 심각한 국가나 지역에서 들어오는 승객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지정된 호텔에서 14일간 의학적 관찰을 한다고 지난 29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1시 20분 난징에 도착한 동방항공과 1시50분에 도착한 아시아나 항공편의 한국인 탑승객 92명도 비슷한 격리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광둥성은 앞서 지난달 28일에도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입국한 한국인 195명 중 대구·경북 출신자 또는 방문자 18명을 지정된 숙소에 격리했다.

중국은 최근 해외에서 들어오는 입국자 중에 확진자가 나오자 입국자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해관은 앞으로 중국 입국자나 출국자 모두 상세한 건강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하며, 모든 입국자는 건강신고서 검사와 함께 두 차례의 체온 검사, 여행 이력 검사 등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이민관리국 관계자는 “중국에 입국하는 승객들은 엄격한 검사를 받게 되고, 전염병이 심한 지역 여행 또는 거주 이력이 있는 사람은 추가 검사와 검역을 받아야 한다”며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다른 나라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중국 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 아파트 단지의 임시 출입증.연합뉴스

상하이에서는 아파트 단지별로 한국인 등 일부 국적 외국인들의 출입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인 밀집 지역인 훙차오진의 한 아파트 단지는 지난달 28일 공고를 내고 4가지 색깔로 된 임시 출입증을 새로 발급한다고 밝혔다.

상하이 토박이에 주택 소유주는 옅은 파란색, 중국인 세입자는 빨간색, 외국인은 진한 파란색, 임시 방문객은 노란색으로 각각 구분한다.

아파트 측은 출입문을 지키는 경비원과 아파트 직원들이 각각 다른 수위의 관리를 하기 위해 임시 출입증의 색깔을 다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 조치는 단지 내 외국인 거주자들이 드나드는 것을 쉽게 파악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이 단지 내 외국인 중 다수는 한국인들이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구베이 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도 1일부터 한국인과 일본인, 대만인에게만 하늘색 임시 출입증을 새로 발급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격리 대상이 아닌 한국인과 일본인 주민도 아파트를 들어갈 때마다 정문에서 성명, 출입 일시, 측정 체온, 전화번호를 기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