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사 한줄 없이, 조희대 대법관 떠난다

입력 2020-03-02 17:19
조희대 대법관. 윤성호 기자

조희대(63·사법연수원 13기) 대법관이 퇴임식과 퇴임사 없이 법원을 떠난다. 대법원은 3일 퇴임하는 조 대법관의 퇴임식을 열지 않는다고 2일 밝혔다. 조 대법관이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한 상황임을 고려해 퇴임식을 열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조 대법관은 경북 경주의 농촌 마을 태생이다. 경북고와 서울대 법과대학에서 공부한 뒤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6년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법관의 삶을 시작했다. 그는 재판을 하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사건을 다각도에서 바라봄으로써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판결을 하고자 노력했다고 스스로 밝혀 왔다. 삶의 기본 자세는 ‘자비’ ‘사랑’ ‘측은지심’이라고 했다.

조 대법관은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있던 2009년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의 항소심 재판장을 맡아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10대 청소년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기관에서의 자백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이 판결은 이듬해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유죄가 확정됐던 다른 피고인들도 재심을 거쳐 누명을 벗었다. 조 대법관은 2014년 인사청문회에서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충실한 판단이었다”며 “피고인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 사건”이라고 했다.

조 대법관은 퇴임사도 내지 않겠다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동료 대법관들과 간략한 송별 인사만 나눌 계획이다. 조 대법관의 후임으로 4일 취임하는 노태악 신임 대법관도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취임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