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지난달 26일 평소 다니던 교회의 지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집 근처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를 안 건 다음 날 새벽. 전화 목소리가 떨렸다. 통화 중에도 아내는 말을 잘 잇지 못했다.
그날 바로 안동의 보건소를 찾아가 나도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음성으로 판정됐다. 바이러스가 활성화되기 전 확진자와 접촉해도 감염되지 않는다는 게 의사의 설명이었다.
대구사태의 발원지인 신천지 신도도 아닌, 독실한 크리스천인 아내가 왜 전염됐는지 아직 확실하게 알 수가 없다. 평소 집과 교회만 오가는 평범한 전업주부다. 다만 교회로 몰래 잠입한 신천지 신도에 의해 옮은 게 아닐까 싶긴 하다.
확진자 판정의 충격을 받긴 했지만, 아내는 “그래도 다행스럽다”고 했다. 17일 이후 아파트 밖으로 나가지 않아 주변 사람에게 병을 퍼뜨리지 않았을 것이란 말이었다.
확진 판정을 받고도 아내는 혼자 아파트를 지켰다. 나는 열흘 전부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안동에 있었고, 아이들은 다 서울에 있었다.
아내는 급격히 무너졌다. 언제 입원해 치료받을 수 있을지 모른 채, 한없이 기다리기만 해야 했기 때문이다. 처방이라곤 하루에 두 번 걸려오는 보건소 측의 “열 안 나죠?”란 전화 질문밖에 없었다. ‘비상시 어떤 약을 먹어라’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나면 어디다 전화해라’는 식의 매뉴얼은 없었다.
안 그래도 체력이 약해 잔병치레를 많았던 아내는 수시로 “갑자기 호흡곤란이 올지도 모른다”며 불안에 떨었다. 전화 목소리는 갈수록 힘이 없었고, 신경은 예민해지기 십상이었다. 밤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다고 했다.
식사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내의 정신은 급격하게 벼랑으로 떨어져 가는 듯했다. 다음날 전화하면 “여보, 오늘도 사망자가 나왔다는데요”란 말을 했다. 뉴스를 듣고 볼 때마다 배가됐을 아내의 공포를 생각하면 눈물이 났다.
온 가족이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이러다 아내를, 엄마를 영영 못 보는 게 아닐까 하는 절망감이 수시로 가슴을 쳤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 전염병을 앓는데도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가 한심하기 짝이 없기도 했다.
열이 38도 이상 오르자, 그제야 보건소 측은 대구시 보건당국과 협의해 입원절차에 돌입했다. 그게 확진 판정을 받은 뒤 3일이 지나서였다. 만약 아내가 제대로 증상을 얘기하지 않고 입원을 요구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입원 치료를 받지 못했을 게 틀림없다.
아내처럼 ‘똑 부러지게’ 증상을 말하지 못하는 수많은 확진자가 대구에서 그저 입원치료만 기다리고 있을 걸 생각하면 죄송스럽기도 하다.
아내는 아직도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거듭 치료를 받고 있지만, 호흡기 증상이 가시질 않는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훨씬 안정돼 있다.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가 있어서다. 3일간의 초조와 공포로 아내는 충분히 단련된 듯하다.
대구=김재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