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만에 500명 이상 늘어나며 전체 1500명을 넘어섰다. 이란 보건부는 2일(현지시간) 정오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65.2%(523명) 늘어난 1501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12명 증가한 66명이 됐다.
이란의 감염자 수는 중동지역에서 압도적으로 많고, 사망자 수는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란은 지난달 25일까지만 해도 확진자가 두자릿수에 그쳤지만, 최근 급증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이란의 확진자 급증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에서 검사키트가 각각 5만2800개, 2만개가 도착해 본격적으로 코로나19 감염을 검사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의 확진자 수는 앞으로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다. 이란 당국은 3일부터 의료진 30만개팀이 이란 전역의 모든 가정을 직접 방문해 검진을 실시한다고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발표했다. 사이드 나마키 이란 보건부 장관은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오도록 편안히 앉아 있지 않겠다”며 “우리는 나아가 바이러스를 근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준군사조직인 바시즈 민병대도 의료진과 함께 투입된다.
이란은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독 특이점이 많은 국가다. 우선 높은 치사율이 주목된다. 이란의 치사율은 지난달 초 20%에 달했다가 최근 5.5%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역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란이 확진자 수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BBC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에서 최소 21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을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란 당국은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이란 최고위층들이 감염 사례가 많다는 것도 특이한 부분이다. 최근 부통령과 국회의원, 시장 등 요직에 있는 인물들의 감염이 속출했고 사망자까지 나왔다.
이란 현지언론 등은 2일 국정조정위원회의 모하마드 미르-모하마디(71) 위원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 중 숨졌다고 보도했다. 국정조정위원회는 이란 최고지도자의 자문 기구다. 상원 역할을 하는 헌법수호위원회와 의회의 이견을 조정하고 최고지도자 유고 시 임시 지도부 구성을 주도하는 핵심 기구다.
지난달 28일에는 모하마드 알리 라메자니-다스타크 의원이 코로나19로 숨졌고, 그 전날에는 주이집트 대사를 역임한 유력 성직자 하디 호스로샤히가 종교도시 곰에서 숨졌다. 레자 푸르 하날리 북부 길란주 루드바르시 국장도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던 끝에 사망했다.
감염자도 속출하고 있다. 이란 최고위 여성 관료인 마수메 엡테카르 부통령의 감염 사실이 지난달 27일에 확인됐고, 이라즈 하리르치 보건부 차관, 모하바 졸노르 의원, 마흐무드 사데기 의원 등 여러 명의 고위 관료들이 감염됐다. 하리르치 차관은 코로나19 기자회견 도중 땀을 흘리며 기침을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란 지도층의 다수 감염은 현지 종교계와 밀접한 영향이 크다는 추측이 나온다. 특히 이란에서 처음 코로나19가 나타난 곰에서 온 성직자 등과 밀접 접촉하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중국과의 접촉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 이후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이란 고위 인사들이 중국 측 인사들과 많은 접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인해 의약품 수입이 어려운 점도 이란에서 치사율이 높은 이유로 꼽힌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