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무서운데…개미 울리는 공매도 2달새 2배 급증

입력 2020-03-02 17:01

직장인 김모(34)씨는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초 고공행진을 이어갈 때 매도 기회를 놓친 것을 떠올리면 잠을 설칠 지경이다. 지난 1월20일 국내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역대 최고가인 6만2400원을 기록했는데 2일 종가기준 5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 하락에는 공매도 거래도 한몫했다. 삼성전자 종목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액은 지난해 12월 114억원에서 지난 2월 498억원으로 치솟았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거래다.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서 갚아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증한 공매도 거래에 ‘개미투자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서 일평균 공매도 거래액은 지난 2월 5091억원으로 지난해 12월 2435억보다 2배 넘게 늘었다. 코로나19로 주가 하락이 예상되자 외국인·기관투자가들이 공매도 거래에 나선 것이다.

공매도 거래는 외국인·기관투자가들이 99% 가량 차지하는 ‘그들만의 리그’다. 개인투자자들은 신용 문제로 주식을 빌리기 쉽지 않고, 정보력에서도 기관 등에 밀린다. 이 때문에 증시나 특정 종목이 급락할 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금융 당국은 그간 공매도 공시제도 도입 등 규제를 강화해왔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시장 공포가 극도로 높아진 상황에선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반복되면서 금융 당국은 공매도 제도의 개선을 검토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홍콩처럼 일정 시가총액 이상 종목만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홍콩식 지정제 모델’ 도입을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이다. 홍콩은 시총이 30억홍콩 달러(약 4700억원) 이상이면서 주식 회전율이 60% 이상인 종목을 공매도 가능종목으로 허용한다. 즉, 공매도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작은 회사의 주식은 공매도를 금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제도 도입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콩 외에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이런 제도를 운용하지 않으며, 공매도 제도 강화시 해외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의 공매도 규제는 이미 해외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상당히 강한 편”이라며 “제도 강화시 오히려 자본시장에 해가 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