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팔고 싶다구요, 마스크!” 편의점·마트 아우성

입력 2020-03-03 06:00 수정 2020-03-03 14:28
소비자들이 2일 전북 전주시 농협하나로마트 전주점에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 서 있다.뉴시스

정부가 편의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마스크 공적 판매처 구상에서 제외했다. 마스크 생산 물량이 부족해 공적 판매처를 추가 지정하기엔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약국 등 기존 판매처의 판매 시스템을 정비하기로 했지만,업계에서는 소비자 불편을 막기 위해서라도 판매 채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편의점협회는 지난달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공문을 보내 편의점을 공적 판매처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3일 밝혔다. 식약처와 편의점가맹본부 간의 판매처 지정 논의가 무산된 지 하루만에 재차 판매처 지정을 요청한 것이다. 식약처는 검토해보겠다고 응답한 후 닷새 만인 이날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판매처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스크 생산 물량을 당장 늘릴수 없는 상황에서 판매처만 늘리는 것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협회는 식약처로부터 판매처 지정 무산과 관련한 연락은따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하루 1000만장에 달하는 마스크 생산량 중 50%를 우체국과 하나로마트, 약국 등 공적 판매처에 우선 판매하기로 했다. 제조업체가 생산물량의 절반을 공적 판매처에 우선적으로 보내면서 편의점 등 기존 유통채널에 공급되는 마스크 물량은 크게 줄었다. A편의점은 지난달 29일 마스크 입고 물량이 지난달 26일에 비해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업체는그동안 마스크를 지점마다 20개꼴로 발주해왔는데, 산술적으로 따지면 앞으로는 2개씩밖에 발주할 수 없게 됐다. B편의점도 같은 기간 확보 물량이 30% 줄었다. C편의점은 50% 수준으로 그나마 낫지만 당장 마스크 판매가 어려워진 것은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2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시스

문제는 우체국과 약국, 하나로마트 등 공적 판매처에 몰린 소비자들이 온종일 줄을 서고도 마스크를 사지 못 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편의점을 공적 판매처로 지정해 판매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편의점협회 관계자는 “편의점 업계는 판매처를 다양화해 줄 서서 기다리는 소비자 부담을 덜고자 판매처 지정을 신청했던 것”이라며 “소비자의 접근성과 24시간 영업, 본부의 가격통제 기능 등 공적 사회인프라 인프라 기능을 감안할 때 편의점은 공적판매처로 최적화 된 채널”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업계도 공적 판매처 지정을 강력하게 희망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식약처에 대형마트를 공적 판매처로 지정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소비자들이 제한된 판매처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도록 판매처를 다변화하자는 취지였다. 식약처는 상황을 지켜보고 수급에 문제가 있으면 다시 검토해보자고 응답했지만 결국 판매처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대형마트도 공적 판매처 도입 이후 마스크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한 대형마트는 마스크 입고 물량이 평소 7만~8만장 수준에서 3만~4만장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스크 사기 편리하고 접근성 좋은 곳이 대형마트와 편의점인데, 마스크를 사기 위해서 우체국이 어디 있는지 찾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적 판매처로 지목된 곳들은 영업시간과 운영방안 등이 애매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도 좋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