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면에 외국인 ‘팔자‘ vs 개인 ‘사자’ 왜?

입력 2020-03-02 16:09


‘외국인은 팔고 개인은 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겪는 국내 증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7~28일 10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조892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도 712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개미’(개인 투자자)는 무려 4조182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 주에만 약 2조5800억원을 순매수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코스피 개인 순매수 금액은 2010년 5월 이후 시가총액 대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이 같은 매매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50포인트(0.78%) 오른 2002.51에 마감했다. 개인이 4616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외국인은 7830억원을 순매도 하며 ‘코리아 엑소더스’ 흐름을 유지했다. 개인의 ‘사자’와 외국인의 ‘팔자’가 팽팽하게 맞서며 하락 장세 속에 지수 등락을 좌우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닥 지수는 16.93포인트(2.77%) 오른 627.66로 거래를 마쳤다.

개인과 외국인은 거래 종목에서도 엇갈렸다. 개인 투자자가 지난달 17~28일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1조8575억원)이었다. 이어 삼성전자우(4084억원), SK하이닉스(3691억원) 등 반도체주가 이른바 ‘톱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3종목은 카카오(1291억원), 삼성전기(983억원), LG유플러스(838억원)으로 정보기술(IT)·전자·통신업종이었다. 반면 삼성전자(-1조9967억원), SK하이닉스(35321억원) 등 반도체 종목을 가장 큰 규모로 팔아치웠다.

개인의 매수 강세는 전염병 사태가 진정되고 주식시장이 단기간에 반등했던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의 전철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특히 반도체와 2차 전지 업종의 상승 기대감이 시장에 팽배하면서 관련 기업에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의 저점 매수가 주식시장에서 버팀목이 되고 있다”며 “올해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고 최근 조정 국면을 매수기회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이는 신용융자 잔고가 높다는 점은 위험 요소로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0조296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0일 이후부터 10조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대해 ‘매우 위험’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관련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다만 각국의 적극적 부양정책으로 코스피는 1950~2100 포인트 수준에서 등락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