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지시인가, 알아서 한 건가” 신천지 의사결정 과정 뒤지는 검찰

입력 2020-03-02 15:48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신천지 해체와 이만희 총회장 구속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사례를 증언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 교주 이만희(89)씨 등 지도부의 신도 명단·집회장 고의 은폐 의혹 수사에 나선 검찰이 신천지 탈퇴자들의 연락처를 확보해 신천지의 의사결정 체계 파악 작업부터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신천지가 이씨의 지시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고의로 축소 자료를 제출했는지, 이 같은 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이어졌는지 확인 중이다. 검찰이 신천지 지도부 압수수색에 착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지만, 강제수사가 방역 작업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수사 신중론도 제기된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승대)는 2일 신천지의 교육장으로 활동하다 10여년 전 탈퇴한 A목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A목사를 상대로 이씨가 고발당한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주로 조사하면서 신천지의 내부 조직 구조에 대해서도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천지가 정부에 제출한 신도·시설 내역이 축소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신천지의 의사결정 체계부터 재구성해 두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앞서 이씨를 고발한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천지 내부 사정을 잘 알 만한 탈퇴자들의 개인 연락처를 여럿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신천지의 최근 자료 제출을 조직 내 체계를 통해 지시된 것으로 봐야 하는지, 실무진 차원에서 진행될 수 있는 성격인지 질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고발인 측은 “모든 지시는 이씨가 내리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고 한다.

검찰은 신천지를 ‘S’라는 암호로 적어 거짓 대응 지침이 전파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후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신천지 신도인 31번 환자의 확진 직후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신천지 내부에서 이뤄진 공지와 관련한 의혹인데, 이는 정부의 역학조사를 방해한 것이라는 비판이 컸다. 윤재덕 종말론사무소장은 신천지 지도부가 비난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그날은 예배(집회) 안 갔다. 내가 친구랑 놀러간 날 그 사람이 예배를 드린 것 같더라” “거기 말고 다른 데서 난 예배드렸다”고 말하도록 공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해당 공지는 검찰 고발 때 이미 증거자료 형식으로 제출됐다.

이씨를 고발한 신천지 피해자 측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검찰의 강제수사를 촉구하는 입장이다. 고발인들은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야 신천지 신도임을 밝힌 대구 서구보건소 방역팀장 등의 사례를 들어 신천지 신도들이 여전히 거짓 행동요령에 따라 행동한다고 말했다. 신도 명단 축소는 사회적 지위를 가진 유력자들을 숨기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고발인들은 검찰에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서울시가 이씨와 12개 지파장들을 살인죄로 고발한 사건을 식품·의료범죄전담부인 형사2부(부장검사 이창수)에 배당했다. 이로써 검찰의 신천지 수사는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해 ‘투트랙’으로 진행되게 됐다. 대검찰청은 신천지 고발 사건들을 신속 배당하면서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방역 임무수행에 도움이 될 것인지의 여부를 고려해 신중히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강압적인 조치로 신천지 신도가 음성화할 경우 방역에 긍정적이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