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에 헌신하면 육두품이냐”…공천잡음 커지는 통합당

입력 2020-03-02 15:01

미래통합당 공천 결과를 놓고 당내 잡음이 커지고 있다. 전략공천 지역이 발표된 뒤 컷오프(공천배제)된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는 데다 보수통합을 통해 통합당에 합류한 인사들에 대한 ‘특혜 공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당내에선 “개혁공천을 통한 이미지 쇄신 효과가 반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 성남분당을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김순례(사진) 최고위원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아스팔트 광장의 집회를 통해 모든 것을 헌신하며 당을 지켜왔던 사람들은 육두품·하호처럼 내쳐지고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도·보수 대통합에 관여한 외부 인사들이 마치 성골·진골인 것마냥 행세를 한다”고 주장했다. 신라시대 신분제도상 성골과 진골은 왕족이며, 육두품은 일반 귀족에 해당한다. 하호는 조선시대 호적법 중 하나인 연호법의 네 등급 가운데 셋째 등급을 가리킨다.

컷오프된 통합당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민경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글을 올렸다. 민 의원은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예정이다. 민 의원 지역구인 인천 연수을에는 민현주 전 의원이 공천을 받은 상태다. 윤상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미추홀을에 3선의 안상수 의원이 전략공천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천 면접을 본 후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연합뉴스

아직 공천이 확정되지 않은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지역 공천 결과가 발표될 경우 반발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를 준비하다가 당으로부터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받자 경남 양산을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이날 통합당 공관위는 양산을 지역구 후보자를 추가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통합당이 추가로 공천 신청을 받아 홍 전 대표가 아닌 다른 인사를 공천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홍 전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관위의) 뜻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고향(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가 불발될 경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언주 의원을 전략공천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부산 중·영도 지역에선 한 예비후보가 이 의원 전략공천에 반대하며 삭발투쟁을 하고 있다.

통합당 공관위는 공정한 공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공관위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누가 가장 국민에게 경쟁력이 있고, 지역을 잘 관리해온 사람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김용현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