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뒤숭숭한 겨울스포츠들

입력 2020-03-02 14:38 수정 2020-03-02 18:02
지난달 29일 서울 SK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전경. 한국농구연맹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선수단이 묵는 호텔에 다녀갔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를 맞은 프로농구(KBL)가 4주 후 리그 재개를 결정했다.

KBL은 2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오는 28일까지 리그를 일시 연기 후 재개하기로 했다. 단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될 경우 각 구단과 협의해 일정을 앞당겨 개최할 계획이다.

KBL은 국가대표 휴식기 종료 직전인 지난달 25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26일부터 재개되는 KBL 리그를 무관중 경기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1일 전주 KCC 숙소였던 전주 라마다 호텔에서 투숙객 가운데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아예 리그 진행을 멈췄다. 그동안 아시안게임, A매치 등 대표팀의 국제 대회 출전을 이유로 리그를 멈춘 사례는 프로농구에서 흔했다. 그러나 시즌 도중 예정에 없던 리그 중단은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인식 KBL 사무총장은 이사회 뒤 브리핑에서 “올 시즌 종료가 5월 10일로 예정돼있었다”며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등 시즌 종료 후에도 일정이 차 있어 이때까지는 시즌을 끝내야 했다”고 4주 연기 이유를 밝혔다. 4주 뒤 무관중 경기로라도 시즌을 치를 수 있다고 판단되면 리그가 재개된다.

KBL이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은 단축 없는 시즌 종료다. 29일 리그가 재개되면 잔여 정규리그(57경기)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포스트시즌(6강·4강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일정 및 진행 방식에 대해서는 추후 이사회에서 결정할 방침이다. 이 총장은 “정규리그는 모두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포스트시즌은 현행 5(6강)·5(4강)·7(챔프전) 방식에서 3·5·5 방식으로 해야할지 1·1·3 방식으로 해야 할지 여러 가능성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리그를 떠나고 있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대처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두 구단에서 세 명이 빠졌고 다른 구단도 일부가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이 문제는 워낙 예민해 각 구단이 자율로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리는 구단의 책임이라는 의미다.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를 이유로 리그를 떠난 외국인 선수는 앨런 더햄·바이런 멀린스(이상 부산 KT), 보리스 사보비치(고양 오리온)다. 멀린스는 퇴단 후 단 하루 만에 스페인 1부 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무관중 경기를 진행 중인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같은 날 회의를 열고 현행 유지를 결정했다. WKBL 관계자는 “리그를 진행해 나가면서 선수들이 외부와 차단된 숙소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게 오히려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의견을 모았다”며 “리그를 중단할 경우 언제 재개될지 불확실해지기 때문에 언제까지고 선수들을 숙소에 둘 수 없어 결국 더 위험할 수 있는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동시에 긴급 실무위원회를 연 한국배구연맹(KOVO)은 V리그 13개 구단 실무자로부터 ‘리그 중단’ 요청을 받았다. KOVO 사무국은 결국 3일부터 리그 중단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